청담큰스님의 금강경

꿈의 실상(實相)

如明 2016. 5. 24. 07:42

[說 義]

꿈의 실상(實相)

 

경전을 천독 만독 억만독하라는 것은 한 번 읽어서는 경의 깊은 뜻이 이해되지 않지만 두 번 읽고 세 번 읽고 여러 번 읽는 동안에 그 뜻이 조금씩 깨달아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내가 한번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게 되는데 이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꿈이 과학이라는 것은 사람이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심리학적 내용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인데, 그리고 꿈에 대해 그 동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얘기해 왔는데, 먼저 꿈에 대한 시간을 말하겠습니다.

사람이 자는 시간은 대체로 하룻밤에 7시간 내지 8시간이므로 내가 잠이 든 전 시간 동안 꿈을 꾸었다고 해도 8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꿈속에 들어가서는 8시간만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경험하는 시간은 닷새 사는 때도 있고 한 달 사는 때, 몇 해 사는 때, 까딱 잘못하면 한평생을 사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밤을 새워 가며 꿈을 꾸었다 하더라도 여덟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는데 그것이 꿈에 들어가서는 일평생이 되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나 반나절 꿈도 꾸지마는 저녁마다 일평생 꿈을 꿀 수도 있는 것이므로 생시에 산 시간보다 꿈속에서 사는 시간이 훨씬 더 많게 됩니다. 그러면 「꿈을 꾼 실제의 시간은 얼마 동안이냐?」 꿈을 꾼 시간을 조사해 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 제일 쉬운 방법은 잠이 들어 있을 때 눈동자의 움직임을 보아 알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눈 위에다 가만히 가볍게 손을 대고 있으면 꿈을 꾸는 사람은 눈동자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눈동자는 우리가 눈 감고도 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눈동자가 놀지 않고 가만히 있는 때는 꿈을 꾸지 않는 때로 판단합니다. 이제 꿈꾸는 시간이 5분 동안이라면 눈동자가 움직이는 시간도 5분 동안이 되는데 단 5분 동안에 꾼 꿈을 이야기 하라고 하면 꿈속에서는 하루도 살고 이틀도 지내고 때로는 한 달 산 것도 이야기합니다.

꿈을 꾸는 실제의 시간은 연구 조사한 사람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조사 결과는 45분 걸렸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36분 걸렸다, 35분 걸렸다, 이렇게 차츰차츰 줄어서 심지어는 결국 모든 꿈은 단 1초 동안에 이루워진다는 결론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현실에서는 1초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꿈속에 들어가서는 50년, 60년의 긴 생활을 경험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45분 가지고 10년, 50년을 봤다는 얘기는 일초를 가지고 10년, 50년을 만들어 살았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45분이 10년이 될 수 있고 10년이 또한 단 5분이 될 수 있는 거나 1초 가지고 10년 살았다는 얘기나 마음대로이기는 마찬가지고 45분이나 1초나 시간을 초월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원리라 하겠습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1초보다도 훨씬 작은 몇 만분의 1초쯤 되는 시간을 가지고 몇 해의 긴 꿈을 꾸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차츰차츰 올라가다 보면 나중에는 시간도 아닌 것, 시간이 채 움직일까 말까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 과거·현재·미래의 무궁한 세계를 꿈에 가서 창조한 것이 됩니다. 시간이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가 꿈에 가서 항상 시간을 만들어 살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