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原 文 : 佛說是經已 長老須菩提 及諸比丘 比丘尼 優婆塞 優婆夷 一切世間天人阿修羅 聞佛所說 皆大歡喜 信受奉行

如明 2016. 5. 23. 22:24

原 文 : 佛說是經已 長老須菩提 及諸比丘 比丘尼 優婆塞 優婆夷 一切世間天人阿修羅 聞佛所說 皆大歡喜 信受奉行

 

[解 義] 『부처님께서 이 금강경을 다 말씀하시고 다시 장로 수보리와 비구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 곧 청신남 청신녀를 비롯해서 일체 세간의 하늘사람 인간 세상사람 아수라 등의 백만 억 중생들이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 마음에 아주 기쁘고 좋아서 받들어 행하였다.』

장로 수보리의 장로는 나이가 많고 덕이 높고 지식이 높다고 하여 지어진 존칭입니다. 그러므로 장로라는 존칭을 쓴 것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아란존자께서 엮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시고 나니 장로 수보리(佛說是經已 長老 須菩提)」에서부터 끝까지는 유통분(流通分)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는 출가해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독신수행을 하는 승려를 가리킵니다. 처음 출가하면 사미계(沙彌戒)를 받아서 승려 후보로서 수행생활을 하다가 스무살이 되면 남자는 250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고 여자는 348계를 받아서 비구니가 됩니다.

작년 가을에 합천(陜川) 해인사(海印寺)의 비구니 승방에서 대중공양할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전 처녀가 승려가 되겠다고 찾아 온 일이 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있는데 어서 시집가라는 어른들의 성화가 있었지만 학교 다닐 적에 절에 다니며 무상법문을 여러 번 들었고 사회의 혼란한 것도 직접 보고 해서 발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에는 이 비구총림(比丘叢林)이나 비구니총림(比丘尼叢林)이 하나씩만 있어도 중노릇 잘할 수 있는 처녀 총각이 많이 있습니다. 중노릇 하려 절에 갔다가도 참다운 수행의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 없고 청정한 수행도량의 모습도 보기 어려우며 머리 깎아 봐야 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되돌아서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바새(優婆塞)는 청신남(淸信男)·선남자 곧 남자신도를 뜻합니다. 우바이(優婆夷)는 청신녀(淸信女) 선여인, 곧 여자 신도를 뜻합니다.

한 20년 전쯤 되는 일인데 내가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그때만 해도 대개 그랬지만 부모가 정하여 처녀 총각이 얼굴도 모르고 결혼식을 올린 신부 신랑이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다 물러가고 신랑이 신방에 들어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신부는 윗목에 딱 앉아 가지고 밤새도록 까딱도 하지 않고 참선만 하고 있습니다. 신랑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서 새벽이 되어서는 별별 무서운 생각이 다 들어 그 이튿날 그대로 혼자 도망을 갔습니다. 집에 일이 있으면 조석이든 무엇이든 일을 다 해놓고 틈만 있으면 그렇게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색시 부모들이 여러 가지로 알아보니 참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참선에 어느 정도 맛을 안 것입니다. 정신이 밝아서 참 좋고 모두 다 내 세상이니 시집가고 장가가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출가해서 비구니가 되면 큰 공부를 할 사람이고 재가해서 우바이가 되어도 많은 정진을 할 사람입니다.

요새 세상은 총각으로 믿고 시집갈 데 없고 어떤 처녀 믿고 장가갈 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서양풍속이 자꾸 들어와서 좋지 않은 것만 본뜨다 보니 서로 의지하고 믿고 살 수 있는 처녀 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되는 문명인지 거꾸로 후퇴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개도 새끼 날 때 되면 흰 개 검은 개 정해서 몇 번 교미하고 그러는 것인데 소위 인간이라면서 정조나 지키려 들고 그러면 그것은 18세기다 미개했다고 그러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대인의 사상이라고 하는 이런 사고방식이 다 유물론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믿을 수가 없이 된 이런 세상에 불법이 하루 바삐 널리 전해지지 않고서는 안심하고 살 수 없습니다.

부처님 경전에는 남녀 간의 애정에 대한 말씀도 한량없이 많습니다. 중생들은 오히려 그렇게 자신이 살고 있지만 잘 모릅니다. 술 취한 사람이 자기 상태를 모르는 것 같고 아주 만취(滿醉)가 되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춘원 이광수가 연애소설을 아주 잘 쓴다고 하지만 내가 얘기를 하면 몇 백배 더 죽고 못 살 재미있는 연애방법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님은 소설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면서 어떻게 그런 걸 아느냐고 그러지만 그것은 다 경전을 보고 아는 것입니다. 또 부처님 법의 원리를 듣고 공부를 좀 해서 마음이 맑아지면 문일지십(聞一知十)으로 한 가지 들으면 열 가지 백 가지를 알아집니다. 그래서 중생살이의 내용을 다 알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서 남편이나 아내에게도 말 못할 숨은 살림살이를 끄집어내서 그 실지를 말해서 이 금강경의 정법을 신수봉행해 주니까 고독해지고 서러워지고 불법에 마음을 돌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인생의 근본문제를 참으로 해결하기 위해 발심한 구법불자(求法佛子)들이 많이 나와서 계행도 잘 지키고 경도 바르게 배운 뒤 목숨을 걸고 철저한 참선을 해서 견성(見性)을 하면 더 좋고, 견성은 못 했더라도 이런 금강경의 정법을 신수봉행할 줄 아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정법이 무엇인지 하는 것만이라도 바로 육도만행(六度萬行)하여 여시항복기심(如是降伏其心)하는 선지식(善知識)이 나오면 말할 것도 없지만 정법이 무엇인지 하는 것만이라도 바로 아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이 많이 나와야 우리 한국불교가 바로 되고 그래야 우리나라가 잘되며 세계평화의 길이 열립니다. 금강경의 아공·법공·구공의 도리를 잘 알고 아상·인상·사상(四相)을 여의고 응무소주하여 이생기심할 줄 아는 불자들이 많이 나와서 이 금강경의 정법을 널리 펴야만 이 혼란한 사회가 바로잡히고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