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업(業)이라는 것

如明 2015. 11. 9. 07:31

업(業)이라는 것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 전남 순천(順天) 송광사(松廣寺)에서 혜공(惠空)스님을 내가 모시고 있을 때일 입니다. 그 절에 머슴살이하는 사람의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집이 너무 가난하여 집에 두어 봐야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으니까 절에 데려다 놓고 잔심부름이나 시키고 군불도 좀 때주고 하면서 밥 한 그릇 더 얻어다가 나누어 먹이고 그럽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아주 박복한 아이어서 절에 재나 불공이 들어 떡이나 뭐 먹을 게 생기면 꼭 배가 아프다고 그럽니다. 그래 참말인가 의심이 돼서 큰 불공이 들었을 때 그 놈 몫을 내가 떡이랑 과자를 아무도 모르게 꼭 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놈이 그만 배가 아파서 못 일어납니다. 다음날 누가 와서 아이가 배가 아파서 물도 못 먹으니 누구든지 그 아이 몫으로 떡 받아 놓은 게 없느냐는 겁니다. 그래 숨겨 놨던 떡과 과자를 내 놓고 여럿이 하는 말이 그대로 두면 죽지도 않고 앓기만 하니 우리가 나누어 먹자고 해서 할 수 없이 그 떡과 과자를 다 먹고 나니 거짓말같이 싹 일어났습니다. 그 때 절에 불공 온 한 신도가 광주 시내에 부자인데 장가를 들어 첫 아들을 낳았다고 애 보는 사람 구한다 하여 그 애를 추천했습니다. 얼굴은 괜찮고 해서 부잣집 애 보는 심부름꾼으로 월급도 많이 받기로 하고 갔는데 보름 만에 자다 말고 밤중에 도망을 왔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거기 있으면 대학도 다니고 너 팔자 고칠 텐데 왜 왔느냐?」고 물어 보니 그 집에 이 애가 가고서부터 아들이 자꾸 아프다는 겁니다. 부모가 여러 가지 약을 해도 잘 안 났고 그래서 그 어머니가 걱정이 되니까 점을 치게 됐는데 이 집에 박복한 애가 하나 들어와서 그 아들이 자꾸 앓는 것이니 그 애를 내보내라고 했다는 겁니다. 어느 날 밤에 내외간에 소곤소곤 얘기하는 것을 듣고 부끄러워서 자다가 살그머니 도망쳤다는 것입니다.

전생에 남 잘되는 것 미워하고 도둑질이나 하고 협잡이나 하고 그런 사람은 금생뿐 아니라 내생에도 부모덕도 없고 시집가도 남편 덕도 없고 장가가야 마누라 복도 없고 자식 낳아 봐야 모두 불효하고 명 짧고 박복한 아이만 내 앞에 태어나게 되는데 그것은 하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복만 짓고 나면 엎어지나 자빠지나 잘되니 큰 돈 번 사람들은 꼭 운수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세속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고 불교에서는 인과(因果)라 한다고 일소(一笑)하지만 그러나 인과는 알고 보면 과학적인 내용이 다 있습니다. 운수니 사주팔자니 하는 것도 들어맞는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얼굴도 가령 정치가라든지 큰 사업가라든지 다 업보(業報)로 타고나는 운명이 있습니다. 누가 돈을 가져가도 그 사람 갚을 건가 안 갚을 건가 그 사람 얼굴에 다 나타납니다. 볼 줄을 몰라서 그렇지 시간 시간 미래에 관한 관상이 얼굴에 나와 있습니다. 관상 잘하는 사람은 내일은 뭐가 되고 모레는 뭐가 되고 미래를 다 설명합니다. 손금에도 거기 평생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정말 잘 보는 사람은 피 한 방울만 봐도 그것을 가지고 그 사람 평생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잘 보면 전생도 알 수 있고 죽어 내생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