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 文 : 須菩提 所謂佛法者 卽非佛法
[解 義]
부처님께서 이제까지 금강경으로부터 부처님께서 나오고 이 경으로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나온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하신 바로 뒤에 『수보리야! 이른바 불법이란 곧 불법이 아니다.』하고 딱 잡아떼십니다. 당신이 평생 동안 말씀하신 팔만대장경 그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니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또 꽉 막힙니다. 우리가 마음을 깨닫지 못해서 내 살림살이가 아니기 때문에 꿈 가운데서 꿈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득하게 됩니다. 참선을 좀 해서 견성(見性)은 못했다 하더라도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기만 해도 이런 말이 머리에 쑥 들어갑니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혼비백산(魂飛魄散)이 되고 어떤 정의(定義)나 개념(槪念)이 성립될 수 없어서 언어의 표현으로 뜻을 전달할 수 없고 생각으로 헤아려 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서는 한번 머리를 숙이고 참구(參究)해 봐야 합니다. 참으로 몇 번 죽었다 깨어나기 전에는 입김도 안 들어갑니다. 불법은 천당에 가는 얘기도 지옥 가는 얘기도 아니고 철학자나 과학자가 되는 얘기도 아니고 이것을 의지하면 부처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고 경전에 의지해서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는 도리를 알아서 참된 발심을 해가지고 또 수도하는 방법까지 배워가지고 선지식 지도에 의지해서 필경에는 성불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체득하게 된다고 하십니다. 이때까지 꼭 내(부처님)가 시키는 대로 내 얘기만 듣고 그대로 해야지 다른 얘기 들으면 안된다. 다른 얘기 듣고 다른 데로 가다가는 성불하지 못한다. 이렇게 40년 동안 고구정녕(苦口丁寧)으로 말씀하셨고, 또 이렇게 보살들을 잘 호념(護念)하시고 부촉(付囑)하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불법이 아니라」고 딱 잡아떼시니, 그러면 어떤 게 불법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거짓말하시는 것도 아니고 엉뚱한 말을 하시기 위한 말씀도 아니고 이 말도 꼭 있어야 하겠기에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안 하면 불법이 잘못 전해질 논리적 결함이 생기겠으므로 그래서 그 논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말씀입니다. 정말 이런 엉뚱한 말이 나올 적에 선근(善根)이 있는 사람이면 그 자리에서 탁 깨쳐서 대번에 생사를 초월해 버리고 불법을 성취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옛날부터 공부하는 이들이 다시 한번 재출가(再出家)를 해 가지고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어떤 게 불법이냐?」 하고 묻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확연(廓然)해 지지 않으니까 또 다른 이한테 찾아갑니다. 「그 이가 잘못 깨쳐서, 설명이 철저하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이것을 깨치지 못하는 것인가.」 하고 일 평생 찾아다니며 꼭 알고야 말겠다는 일념뿐 딴 생각은 아무것도 없는 도저한 경지가 되면 그때는 선지식·선사(禪師)의 말이 푹 들어와서 깨치게 됩니다.
혹 구공(俱空)의 도리를 몰라서 법공에 이끌릴까 해서 하신 말씀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만 여기서는 이미 구공까지 넘어서서 하는 소리며 구공까지 체득했더라도 구공에 떨어져 있음을 경계하는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내(부처님)가 한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도깨비 같은 소리니 거기에만 이끌려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팔만대장경을 다 불 질러 버리고 보지도 않을 경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처음 40년 동안 하신 설법은 말로도 할 수 있고 이론으로도 할 수 있으며 생각도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구공(俱空)에 들어서면 말도 아니고 생각도 아니고 생각 아닌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구공이 불법인 줄 알면 안 됩니다. 그러면 실제로 「어떤 것이 불법인가.」 분명하고 오롯한 실재를 끄집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우선 숙제로 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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