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육체는 나 아니다--波羅蜜 1

如明 2015. 7. 13. 06:40

육체는 나 아니다--波羅蜜 1

우리는 육체를 <나>라 하고 오온(五蘊)을 <나>라고 하기 때문에 천당 지옥을 생사윤회 합니다. 만날 돌아다녀 봐도, 시집을 천만 번 가 봐도 소용없고 장가가도 별수 없고 세계갑부가 되어도 별 수 없습니다. 생노병사를 면할 수 없고 반야지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인류의 물질문화가 더욱 진보하여 10년 20년 후에는 우주여행을 하루에 다녀올는지 모릅니다. <아폴로>가 발달해서 달나라뿐만 아니라 화성 금성에 가서 사람이 사는지 안 사는지 다 보고 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아무리 그래봐도 육신을 <나>라고 하는 이상, 옛날 물질문명 미개시대(未開時代)에 먼 길의 여행을 두발로 꼬박꼬박 걸어 다녔고 좀 호강한다면 가마를 타거나 당나귀를 타고 다니던 그 때와 아무 것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기계는 발달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다 그대로입니다. 원시인 야만인인 때와 근원적으로 무엇이 다릅니까?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만 그 때도 밥 먹고 지금도 밥 먹고, 밥 먹으면 똥 싸고 오줌 누어야 하고 밤엔 자야하고 그 밖에 무엇이 또 다른 게 있습니까? 인간 자체는 아무것도 진보 된 게 없고 다만 물질문명과 악한 수단, 남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일시에 죽일 수 있는 무기가 발달 했을 뿐입니다. 공산주의도 그렇고 자본주의도 그렇고 예수니 공자니 어떤 종교도 저만 옳다는 자기중심으로만 살려는 것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세상에 전쟁이 없을 수 없고, 이 혼란을 벗어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가 나오고 원자탄이 나오고 아폴로가 나와 가지고 달나라까지 가서 거기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게 되어 달이 이제는 사람 죽일 한 개의 무기장치 곳간으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육체를 <나>라고 하는 사고가 횡행(橫行)하는 이상 이런 인간 세상에는 영원히 불안과 공포를 면할 길이 없습니다. 어딜 가나 무엇을 해도 설사 이 우주를 다 내 것으로 차지해 놓았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거지로 돌아다니면 하루가 참으로 긴 것 같고 오래 산 것 같지만, 돈이 좀 많거나 권리가 높아지면 하루가 일 년같이 지나갑니다. 이런 것은 다 육체가 <나>라는 유물적 사조(唯物的 思潮)에 의한 인생관에 얽매여 살기 때문인데, 이 사상은 인류가 저희끼리 서로 잡아 죽여 전멸하게 하는 화(禍)의 근원이 됩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 부자다 하지만 그 나라의 제일 부잣집 아들딸들이 요새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인물도 다 잘나고 재주도 천재이며 모자라는 것이 하나도 없는 청소년들이 히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사회의 모든 것은 부조리(不條理)이고 허무하고 뚜렷한 인간의 목표가 없지 않느냐? 도대체 <나>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자아상실(自我喪失), 윤리기준(倫理基準)의 상실, 생의 의의에 대한 욕구불만(欲求不滿) 등으로 몸부림치는 그들입니다. 잘 먹고 잘 입고 욕망(慾望)을 채우면 인생은 행복하다는 수박 겉핥기 식의 피상적 인생관(皮相的人生觀)으로는 이미 이들의 허탈을 해결해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병적으로 난동을 부리다시피 하니 미국의 앞날이 걱정입니다. 이들은 전쟁도 반대하고 삶에 대한 애착도 집착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전쟁 한다고 이익될 것이 뭔가, 전쟁에 죽는 사람만 원통하다, 전쟁에 희생당하고 나면 엉뚱하게 딴 놈이 호강한다, 결국 인생은 부재(不在)다, 무엇하는 것이 나인지 모르겠다.” 이런 등의 실망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도 죽기는 싫어서 자살은 못 합니다. 환각제를 먹든지 술이나 마시든지 아편을 맞든지 하여 송장처럼 쓰러져 갑니다. 희망도 없는 내일 이지만 그래도 또 만나보고 싶고 죽기는 싫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덴마크 총각 처녀들은 자살까지 한다고 합니다. 도의적인 구속도 없고 성도 개방했고 음식도 마음대로 먹고 그야말로 지상의 극락세계이고 천당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많은 청년들이 자살을 한다는 것입니다. 먹고 배설하고 죽는 것보다는 좀 통쾌하게 죽자 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수십길 되는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고 택시를 타고 가다 강이나 바다에 떨어져 물이나 꼴닥꼴닥 먹다 죽자, 그래봤자 하나도 억울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유물사상(唯物思想)으로는 아무리 고도로 진보해 봤자 먹고 똥 싸는 것밖에 인간을 만족 시킬만한 이상이 없습니다. 결국 자살할 길 밖에 없습니다. 영혼을 부정하는 인간의 말로(末路)는 결국 비참하게 끝납니다. 그 중에는 머리는 좋은데 나쁜 사람들이 인간사회를 한 개의 도박장으로 만들어 갑니다. 머리가 우수한 권력자들은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전 국민이 한 사람도 반대를 못하고 최후 일인까지 싸우게 만듭니다. 뒤에서 호령 한 마디 하면 전쟁에 나가 죽으라면 죽습니다. 말 안 들으면 당장 죽겠으니 적을 만나는 동안이라도 살아 있고 싶어서입니다. 생의 애착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자살이 부쩍 늘어난다면 정말 이것은 생의 애착도 없어진 상태입니다. 백년 다 살아봐도 아무 것도 아니다, 금방 죽어도 아깝지 않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인간이 여기까지 가면 다 끝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소수에 한한 일이고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