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좋다 없어야-- 般若 2
<마음>의 반야지혜는 일반 경전을 읽거나, 과학이나 철학을 알고 객관의 원리를 짐작하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일반 지식은 객관을 아는 것이고 논리와 개념을 세우는 것이지만, 이 마음은 주관이니 객관이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고 싸우고 좋아하는 것이 다 내 <마음>이 하는 것인데, 그 마음이 어디 있느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 <마음> 곧 <나>(我)를 어떻게 찾느냐? 그 해명을 먼젓번에 우리가 공부한 “신심명(信心銘)” 첫 구에서 잘 풀이해 주었습니다.
[지도는 무난이니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이라 지극한 도, 곧 <마음>을 깨쳐서 부처가 되는 길이 어렵지 않다. 쉬운 일 가운데 가장 쉬운 일이다. 밉다 곱다 싫다 좋다 하는 간택만 없으면 된다.]고 한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이 말이 가리키는 속뜻은 무엇인가. 그 말의 조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말의 조리를 놓치기 때문에 그 속뜻이 막연해지고 확실히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 부처가 되는 길이 어렵지 않다는 말은 다름이 아닌 마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마음>은 물질도 허공도 남성도 여성도 아니고 선악도 아니며, 지식이거나 사상은 더욱 아니고 예술도 정치도 물론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이것은 수정보다도 더 깨끗하고 망상과 잡념이 없는 순수한 상태로 살아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이것이 천당 가려면 천당 가고 지옥 가려면 지옥가고 사생육도를 돌아다닙니다. 알듯알듯한 소리입니다.
이것을 더 쉽게 말하기 위해 “네 마음을 깨쳐 부처되기란, 곧 생사 해탈하기란 제일 쉬운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일이 왜 쉽지 않은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꼭 마음을 깨쳐서 부처가 되어야하겠다고 하는 그 생각 때문이다. 그것이 장애가 되어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삼조 승찬 (三祖 僧璨)스님께서 간정히 일러 주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눈을 껌벅껌벅하다 깨칠 일이고,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도 쉬운 일입니다. 이 <마음>이 모든 생각의 주체이고 학문의 주체이며 온 우주의 주체요 인류문화의 주체입니다. 그러므로 이 마음을 깨쳐 부처가 되고 생사를 초월하여 우주에 자유하기란 참 쉬운 일 가운데 쉬운 일입니다. 이 깨치려는 마음만 집어내면 된다는 것입니다. <신심명>의 146구절이 다 이것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신심명은 계속해서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洞然明白)이니라]했습니다. [이것은 좋고 다른 것은 나쁘다는 이 분별만 내버리면 툭 트이어 환히 명백해진다.]는 것입니다. 깨치려는 마음 이것이 최후의 장애이니 이것만 버리면 진짜 마음 밖에 남을 것은 없습니다. 눈을 세 번 만 깜짝깜짝하면 탁 드러날 텐데 그것을 또 바라면 틀립니다. 그래서 옛날 도인들이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닌 것도 전부 이 때문입니다. 알듯알듯한데 알 수 없으니 선지식을 천명 만명 찾아다니며 무슨 말 한마디 눈짓 손짓 한 번의 가르침 가운데 깨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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