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마음 밝으면 반야--般若 1

如明 2015. 7. 9. 03:19

마음 밝으면 반야--般若 1

금강경을 자세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고 하는데, 반야는 지혜란 뜻입니다. 그러나 그 지혜는 세상에서 생각하는 지혜와는 크게 다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간의 지혜와 구별하기 위해 번역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세간의 지혜는 객관세계에 대한 지식, 논리와 개념에 의한 지식, 이런 것들을 분별하는 지혜를 말하지만, 반야의 지혜는 마음을 깨쳐서 육체가 <내>가 아니고 시간 공간이 벌어지기 이전, 주관 객관이 나누어지기 이전, 곧 마음의 근원에 돌아간 지혜를 말합니다.

<마음>은 곧 <나>입니다. 허공도 물질도 배설하는 기계인 이 육체도 내가 아니고 <나>는 오직 순수한 <나>라는 생각까지도 아니며, 글자도 아니고 생각도 아니며 내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면서 살아 있어서 얘기할 줄 알고 얘기를 시켜 놓고 그것을 다시 비판도 하는, 이 만사의 주체, 생각의 주체, 우주의 핵심이 곧 <나>입니다. 이것이 생각을 내서 과학·철학·종교를 만들고 그것을 마음대로 뒤집어엎기도 합니다. 이것보다 앞서는 사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생각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고 물질도 몸뚱이도 아닌 <나>, 일체가 다 아닌 <나>, 이것이 우주의 핵심이고 실재이며 곧 우주와 인생의 근본을 아는 것이 지혜이고 반야지혜입니다. 그런데 또 아무것도 아닌 이 <내>가 자유자재로 온갖 생각을 내서 과학도 만들고 철학도 만들고 현상 세계, 즉 꿈속 세계의 모든 것을 만들고 다 압니다. 그런 걸 <반야>라 합니다.

가령 “신심명을 들었다.” “금강경을 듣는다.” 또 “경을 듣는 이걸로 해서 부처님 말씀을 배운다.” 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을 설명 듣는 것이 되고 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듣는 것이 되는 데, 그래서 그 법문을 듣고 <나>를 확실히 깨쳐 <마음>이 열리면 이때는 전체가 <반야>의 지혜입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깨칠는지 정신 바짝 차리고 금강경 법문의 핵심을 그대로 들어서 따라가 보면 결국 마음을 깨치게 되고 반야를 얻게 됩니다.

부처님의 많은 제자 가운데 마음 깨친 법을 가장 정통으로 이어받은 분이 우두머리 제자이신 마하가섭존자입니다. 또 이 어른의 마음 법을 정통으로 전해 받은 분이 이조(二祖) 아란존자이고, 이렇게 내려가서 二八대의 조사가 되는 분이 바로 유명한 달마대사입니다. 이 달마대사는 중국에 오셔서 선종의 초조(初祖)가 되셨고 마음 깨치는 법을 혜가(慧可)스님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국에 부처님의 마음 깨치는 법을 크게 일으키신 분이 육조 혜능대사(六祖 慧能大師)이신데, 이 어른이 본래 글도 모르는 무명의 나무장수였습니다. 육조 스님이 마음을 처음 깨치게 된 동기가 바로 이 “금강반야바라밀경”에 있습니다. 시장에 나무를 팔고 돌아가는 길에 어느 스님에게 금강경 가운데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란 경문을 듣고 마음을 활짝 깨쳐서 반야지혜를 성취하셨던 것입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뜻은 본문을 해설할 때 자세하게 소개되겠지만, 그 대의를 우선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싫다·좋다·내 것이다·주관이다·객관이다·나쁘다·착하다 하는 분별심을 버리고 본연의 마음 자세 그대로의 마음을 지니고 오직 중생제도를 위해 살라.]는 뜻입니다. 하나 더하기 둘은 셋이 된다는 수학의 기본원리를 두 살 세 살 된 어린애들은 해결 못하지만 어른들은 듣자마자 알게 됩니다. 그것은 어렸을 때는 하나 둘을 들어도 곧 잊어버릴 정도로 지혜가 아직 밝아지지 못했기 때문이고, 나이가 들어서 곧 알게 되는 것은 지적 능력이 열리고 지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을 많이 넓히려면 설법을 듣고 경전을 많이 익혀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널리 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교의 참 지혜는 말과 글을 따라 뜻을 파악했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말과 글 밖에 나에게 있는 마음을 바로 깨쳐야만 반야지혜를 성취하게 됩니다. 그동안 신심명·반야심경을 들었으니 여러분들은 짐작으로나마 [아, 어떤 것이 마음이로구나. 마음의 불생불멸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판단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야지혜>가 지식이며 판단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며 이것은 인식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인식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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