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으로 크고 환으로 작다
사람 몸뚱이가 크다는 말은 안 크다는 말이니 크다고 할 때는 벌써 작은 걸 상대로 해서 작은 걸 떼어 놓은 큰 것이므로 참말로 큰 것은 아닙니다. 또 사실로 현상은 환으로 있는 것이므로 정말 크거나 정말 작거나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그만 종지 속에 독을 집어 넣어도 종지가 넓어지지도 않고 독은 줄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독이 참말로 크냐 하면 환으로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종지가 작은 게 아니라 작은 것같이 보이는 환이니까 정말로 큰 게 아닌 독이 정말로 작은 게 아닌 종지 속에 들어 갈 수 있는 것이고, 안 들어갈 수도 없는 것이고, 또 못 들어갈 수도 없는 겁니다. 또 종지가 깨지거나 터지면 터졌지 독을 그 안에 집어 넣을 수 없는 법도 있고 도대체가 모두 마음의 작용이고 마음의 짓입니다.
그러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놓고 보니 크다 하면 벌써 큰 게 아니고 크다 할 수 있는 건 어떤 존재적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설사 우주 전체라 해도 우주 전체가 아닌 것을 상대로 전제한 관념이고 모자라는 것 제외해 놓고 크다는 뜻이며, 그러니 그건 정말로 큰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큰 것은 전체하나뿐일 때는 크다고 이름지을 수도 없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크다 하면 벌써 크지 않다는 말이고 전체도 아니란 말이고 또 실제가 환으로 된 것입니다.
손바닥만한 거울을 가지고 서울을 비치면 동서남북으로 이십리 이상되는 큰 서울이 입체적으로 다 들여다 보입니다. 상식적인 이론으로는 손바닥만한 거울 안으로 서울이 들어가면 큰 빌딩이 깨알보다도 작게 축소해서 보여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손바닥만한 거울 안에 몇 억만배나 되는 서울이 그대로 들어가는 것 처럼 큰 것과 작은 것이 서로 구애 없이 들어갑니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닙니다.
40년 이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익혀서 공의 원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현상계의 모든 존재가 다 환으로 있다는 진리를 부처님 다음으로 잘 아시는 수보리존자이므로 그 진리를 한 마디에 다 알아들으시고 몸이 큰 것은 큰 것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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