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나다 남이다 없어져야

如明 2015. 10. 19. 08:44

나다 남이다 없어져야

계율 지키는 것이 어렵고 거룩한 일이지만 그러나 불법이 계를 지키는 그것만 가지고 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를 지키는 것은 최소한도 지켜야 할 기본과제이고 성불하는 최초의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야하고 배를 타기 위해서는 강가의 나루터에 나가야 하는데 계를 지키는 것은 나루터에 가기위한 신들매를 하고 떠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싶어도 나루터에는 가지 않고 육지 한 복판에서 잠이나 자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루터에 도착해서는 서슴지 말고 배를 타야 합니다. 만일 나루터에까지 갔어도 막상 배를 타려 하니 육지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물길이 조심이 되어 주저하기만 하고 배를 타지 못 한다면 이런 사람은 강 건너 저 언덕에는 건너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배를 타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을 깨쳐서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 없애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니 남이니 하는 생각 없이 아무 조건 없는 마음으로 머무름 없는 경지에서 모든 중생을 위해 보시하고 일체 중생의 제도를 위해 지계(持戒)하고 중생들의 안락을 위해 인욕(忍辱)하고 더욱 많은 중생을 깨닫게 하기 위해 정진·선정·지혜(精進·禪定·智慧波羅蜜)의 보살행(菩薩行)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상(我相)이 없는 마음에서 계를 지키고 복을 닦아야만 정말 남을 위해서는 큰 복을 지을 수 있고 참된 공덕을 짓습니다. 아상(我相)이 없어지면 참사람 진인(眞人), 좋은 사람이 되어 아무것도 적대시(敵對視)하지 않게 되므로 누구와도 잘 어울립니다. 미친 사람하고도 어울리고 잘 놉니다.

서울 여자 한 사람이 해방 이십년 전부터 공부한다고 하다가 미쳐서 순사고 서장이고 만나면 이 새끼 저 새끼 하고 일본 욕을 막합니다. 난 그 사람의 그런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 만나서 웃지도 않고 깍듯이 시치미 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자기의 지난 것을 다 얘기했는데 자기는 전차 기차도 공짜로 타고 다닐 때 운전수가 돈 내라면 「아 이놈의 자식아 네가 그렇게 충성해서 좋을 게 뭐 있냐? 결국 왜놈한테 가는 게 아니냐? 우리 조선사람 좀 공짜 차타는 게 그렇게 배 아프냐?」하고 도리어 호통을 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본경찰이 못 잡아 갑니다. 파출소나 경찰서로 데리고 가도 아무한테나 막 욕을 하고 덤벼드니 미친 여자라고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도 나에게는 하나도 미친 말이나 행동도 안하고 그러는데 요사이는 이제 나이도 많고 그러니 나를 만나면 아무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돈 좀 달라는 표를 합니다. 뭐가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나는 누가 보는데 줄 수도 없고 따라오라고 해서 살짝 뒤로 줍니다. 일년에 두번 세번 그렇게 그 사람이 미친 짓을 하고 그랬습니다.

자꾸 미쳤다고 하면 누구나 미칩니다. 아무리 성한 사람이나 인격자라도 사람 서넛이 짜가지고 그 사람이 미치게 만들려면 일주일 안에 그 사람 미쳐 돌아다닙니다. 인격 있는 사람은 처음엔 억울하다고 야단하지만 나중에는 여럿에게 집니다. 물론 같은 정도의 인격자가 해야 됩니다. 인격이 떨어지는 사람이 그러면 곧이듣지 않습니다. 아내가 하든가 좋은 친구들이 짜고 차차 자기를 의심하게 만들면 미쳐가지고 일어나지도 못하다가 일주일내에 미쳐서 웃고 말도 함부로 합니다. 또 미친 사람을 성한 사람 대하듯 하면 미친 것이 나아집니다. 약을 먹이고 별별 치료를 해도 안 되지만 성한 사람끼리 앉아 그 사람 옳게 대해 주면 그는 성한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애초에 <나>란 생각(我相)이 없어 깨끗한 순수한 마음만 튼튼히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슨 소리가 들어와도 거기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건 다 바람소리고 물소리다. 이해 타산할 소리 하나도 없다. 사람 지껄이는 소리 역시 다 그렇다.」 이걸 알고 나면 몸뚱이 그것도 내가 아닙니다. 이 몸뚱이는 지금도 자꾸 죽어가는 판이고 언젠가는 어디가나 차에 깔릴는지, 나쁜 사람만나 칼이라도 맞아 넘어질는지 그걸 모릅니다. 어디가나 물에 빠질는지 불에 타서 죽게 될는지, 집이 무너져 자다 죽을는지 누가 알 수 있습니까? 몸뚱이가 나라고 기어이 아끼고 살아봤자 별수 없습니다.

몸을 애착 않고 사건에 내가 관심을 갖는 일이 없이 하면 농사, 장사해도 피로가 안 생깁니다. 그러니 아상 없이 하라. 내가 없으니 내 소유물도 없다. 다 필요하면 누구든지 가져가라. 남의 것은 소유로 인정하지만 나에게는 소유권 행사 없습니다. 물질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고 몸뚱이를 저라고 생각하는 불쌍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이니 불법(佛法)으로 교화해 주어야 내생에 나와서 악한 마음 안 먹고 법문 잘 듣고 부처님께 인도(引導)됩니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육체가 내가 아니니 나라도 땅도 아들딸도 자기 마누라도 버리고 누구든지 달라면 다 주고 안 간다고 그러면 업어다 주고 그런 식으로 나란 육체를 버리고 모든 지식을 다 버려 버리고 참선이나 불교공부까지 다 버리고 나면 그곳에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정말 텅 빈 그런 경지입니다. 「내 마음 자리가 이런 것이구나.」하고 모든 생각이 없어지면 부처님까지 초월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처님의 법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생각 <아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