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말하고 듣는 그것이 주인공

如明 2015. 10. 21. 07:52

말하고 듣는 그것이 주인공

이상에서 말씀하신 부처님의 뜻을 다음과 같이 간추려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40년 동안 하루도 쉬지 말고 법문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듣고 애쓰는 제자가 많았지만 내 말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내가 너희한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너희들이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듣고 「과연 그렇구나, 거기 들어가면 뭐가 있긴 있겠는데 알듯 알듯 하구나.」하고 생각하는 놈, 생각할 줄 아는 그게 바로 무엇인가? 그걸 알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뭔지 그걸 알고 앉아서 법문을 들으라는 것이니, 내가 무엇인지 자신도 모르고 날 따라다니면서 배워봤자 그것은 한갓 바지 껍데기만 따라다닌 게 아니겠느냐? 따라서 내가 너희한테 법문을 한 것은 무엇을 깨닫게 해 주려고 한 것이지 말이나 글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니, 「그 무엇인가.」 그것 하나, 이름 성도 없는 것, 모양도 없고 빛깔도 없는 그것, 앉아 듣는 그것이 너의 마음인데, 내 이야기를 이렇게 듣고 있으면서 알지 못하겠느냐?

무량겁으로 너희가 육체를 <나>라고 착각하고 살아 왔으니 그래서 마음이 <나>라는 소리를 그렇게 못 알아듣느냐? 어째서 껍데기인 몸뚱이만을 알고 열매인 주인공을 모르느냐? 몸뚱이 위에 걸친 옷은 칼로 아무리 찢어봐야 아무 감각이 없지만, 몸뚱이는 바늘로 살가죽 어디에고 조금만 찌르더라도 곧 아픔을 느끼듯이, 몸뚱이는 너의 옷이고 껍데기며 참 너는 너의 마음이다. 몸뚱이는 하나의 기계이고 물질의 조직에 불과한데 그것을 자꾸 <나>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도 말똥말똥 무슨 소린가 그렇긴 한데 하면서도 정말 마음은 모르는 것이다. 마음이 어느 것인지 알아보려고 들면 가령 또 이것이 객관세계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한 십년 찾아서 땅속이든 어디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 이 놈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와 말하고 말 듣고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관념 때문에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그 생각만 놓아 버리면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그 주체가 드러날 것이다.

아주 천하에 제일 쉬운 일이다. 쉽기로 말하면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마음 깨치기가 더 쉽고 낯 씻고 코 만지려면 시간이나 걸리지만 이 마음은 시간 걸릴 것도 없다. 말하는 이놈이고 듣고 있는 마음 그것이기 때문에 너무 쉬운 때문에 알려고 하는 생각이 도리어 장애가 된다. 저 말 듣지 말아야겠다고 하니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이걸 가만히 생각하노라면 피를 토하다 죽을 일이다. 지금 이 몸뚱이는 오늘밤에 내 버릴지도 모르는데 이것만 소중히 생각해서 세계사람 다 잡아 먹고 저만 살려는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깨치지 못하느냐? 깨치고 싶어 하는 생각이 있어서 늘 객관시(客觀視)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가슴에 있는지 머릿속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망상을 다하는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라.』고 하시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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