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행막식은 전도된 비법
계율(戒律)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유감스럽지만 요사이도 더러 있는 우리 주위의 일로서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큰 사건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대승불법은 마음만 깨치면 일체에 걸림 없고 아무런 행동을 다 해도 파계가 아니고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 해방 전만 해도 이런 식으로 견성한 도인이 많았습니다. 모두 고기 먹고 술 마시고는 물 마시나 술 마시나 뭐가 다르냐고 하면서 술기운에 화두(話頭)가 더 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술기운에 취한 기분이지 공부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 공부뿐 아니라 어떤 학문이나 과학이나 육체수련에 이르기까지 술기운으로 인해서 더욱 좋은 효과가 나온다는 말은 그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특히 참선 정진을 어떤 술이나 약품에 취한 마취된 기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또 그들은 야채를 먹으나 고기를 먹으나 한가지고 무엇을 먹든지 참선만 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도둑질을 하든지 음란(淫亂)한 성생활을 하든지 대보리(大菩提)에 거리낌이 없다고 하면서 마구잡이로 막행막식(莫行莫食)을 합니다.
이런 풍습(風習)이 오늘까지 영향이 미쳐서 일대문제(一大問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불교를 거꾸로 해석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배운 금강경의 뜻으로 보더라도 보살은 모든 것을 중생을 위해 보시하고 제도해야 할 것인데 남의 것 도둑질 하고 음행하라고 한 데는 없습니다.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대승불교의 정신인데 이것을 편의상 남의 것을 훔친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불교의 정신과는 정반대되는 행위입니다. 소승불교의 이기주의(利己主義)는 차라리 남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므로 그 보다는 났습니다. 또 불교에서는 윤회(輪廻)하는 것을 절대 인정해야 하므로 금수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 형제동포와 같이 보고 자비심으로 이끌어 제도해야 하는 수행자로서 육식을 하고 음행을 하는 것은 자비의 종자를 끊고 번뇌를 가중하는 전도된 행동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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