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존자의 위기련
그래서 우리 승려는 비구나 비구니나 독신수행에 알맞은 생활규법을 마련해 가지고 그대로 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비구나 비구니는 혼자 다니지 못합니다. 둘도 안 되고 꼭 셋씩 다니라는 것입니다. 혼자 다니다 보면 불량한 사람 만나면 유혹도 되고 겁탈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이 다녀도 서로 뜻이 야합하기 쉽고 또 망신을 당해 놓고는 입을 다물고 시치미를 뗄 수 있지만, 셋이 되면 서로 의사가 맞기도 힘들 뿐 아니라 일을 당했더라도 참회하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네는 아무리 조그만 암자 움막에 살더라도 세 사람 이상이 살아야지 둘도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둘이 살면 뜻이 맞고 파계를 하고도 서로 감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아란존자가 어디 가셨다가 일행(一行)스님 두 분은 딴 데 볼일로 가시고 아란존자 혼자 오게 됐는데, 오시다가 목이 말라서 샘가에 앉아 있는 처녀에게 물을 얻어먹게 됐습니다. 물을 떠주던 처녀가 아란존자를 뵈오니 풍모(風貌)가 너무 잘생긴데 아주 반했습니다. 그 당시 부처님 다음으로 아란존자가 잘 생기셨다고 합니다. 그 처녀는 상사병(相思病)이 나다시피 되어 그 어머니에게 아란존자에게 시집을 안 보내 주면 죽고 말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 되는 이는 주문(呪文)을 외워서 요즘 같으면 최면과 같은 신통력을 가진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문을 외워가지고 아란존자를 집으로 되돌아오도록 했습니다. 수양이 높은 사람은 수양이 낮은 사람에게 정신력으로 에너지의 압력을 가하여 강제체면을 걸어가지고 자유로 그 사람을 부립니다. 딸을 위해 주문에 능한 그 여인은 주문으로 아란존자로 하여금 그 집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딸 방으로 그를 인도했고 딸과 단 둘이만 있도록 했는데, 그때 아란존자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결사적으로 딴 데로 간다고 간 것이 그 처녀의 방으로 들어오게 됐고 아란존자는 이제 속옷 하나만을 입고 겁탈을 당하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때 부처님은 아란존자가 파계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시고 신통을 나타내시어 허공에 석가모니 부처님 한분을 화신(化身)으로 나투셨습니다. 그리고는 대중이 다 볼 수 있도록 하시고 능엄주(楞嚴呪)라는 천수대다라니의 일곱배나 되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시켜서 그대가 빨리 이 주문을 받아 가지고 가서 외도(外道)들이 하는 주문을 풀어 주고 아란존자와 처녀를 함께 그 상태 그대로 데리고 오라 하셨습니다.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가서 주문을 외우니 강제최면(强制催眠)은 없어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대중이 수천명 있는 데서 옷을 벗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아란존자는 부처님 앞이므로 부끄럽기 한이 없어 얼굴이 새빨개졌고 고개를 들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아란존자는 울면서 부처님께 대법문(大法門)을 여쭈어 묻게 됩니다.
「한량없는 우리의 선각자(先覺者)이신 부처님들께서는 처음에 어떻게 발심을 하셔서 아무 사고 없이 성불하시고 끝까지 어떻게 가시었습니까? 저는 힘이 약해서 중이 되기는 했지만 문수보살님이 아니시면 오늘 틀림없이 파계를 당할 뻔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정직한 마음으로 내가 묻는 대로 틀림없이 대답하라.」 「부처님께서 저의 마음을 환히 보고 계신데 무슨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능엄경의 법문이 시작된 것인데, 그 내용은 결국「네가 무엇이냐? 아란존자 네가 네 정신을 못차려서 이런 짓을 한 것이 아니냐? 네 정신을 똑바로 차렸으면 부처님께서라 해도 안 될 터인데 네가 무엇인지 그것을 모르니 그런 변을 당한 것이 아니겠느냐? 네 마음이 어디 있는지 그것을 먼저 밝히도록 하라. 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안도 밖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느냐, 가슴에 있느냐, 눈에 있느냐?」라고 따지다가 나중에 마음이 무엇이냐는 데까지 들어갑니다. 「네가 지금 속았다고 생각하는 그 주체가 무엇이냐, 무엇이 그렇게 속았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와서 아란존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시방제불(時方諸佛)이 어떻게 발심해서 아무런 사고 없이 앉은 자리에서 부처가 되었습니까?」하고 파고 묻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답변하신 말씀도 결국「그렇게 파고 묻는 그것이 무엇이냐, 그것을 먼저 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그런 강제최면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옛날 요술한다는 사람들이 인생의 근본을 모르기 때문에 육체본의 생각으로 살기 때문에 그런 삿된 짓을 합니다. 이런 강제최면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일본만 해도 천명을 헤아릴 정도고 영국 미국 같은 나라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걸 무기로 해서 별짓을 다 할 수 있습니다. 그 수양이 물론 도저한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러나 아란존자는 속는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속는 내가 무엇인가, 그것을 알지 못해서 힘이 약했을 뿐이며, 또 부처님께서 그 자리에서 밝히신 바 그 처녀와 아란존자는 전생에 다생겁래로 부부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처녀도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출가를 했다고 합니다.
아란존자가 여인에게 겁탈당할 뻔했을 때도 부처님은 그것을 구해 주셨을 뿐 아니라 음행과 살생계를 계 가운데 제일 무거운 계로 삼았음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를 가지고 수행을 해야 하는데, 계에도 소승계(小乘戒)·대승계(大乘戒)의 구별이 있습니다. 소승은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고기라도 모르고 먹으면 허물없다고 말합니다. 정 죽게 됐거든 고기 먹어라, 많이도 먹지 말고 죽을 목숨만 건져 가지고 양치질하든지 참회를 해서 죄를 소멸해 가지고 수행을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 소승경전에 더러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 동남아시아 비구스님들은 여자를 곁에 못 오게 합니다. 사진 좀 찍자고 해도 남자 처사를 불러 놓고 처사 앞에 여성을 앉게 하고서야 찍지, 직접 비구승 앞에다 바로 여성을 앉혀 놓고 사진 찍으면 그건 비구승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스님들은 한국·중국·일본 승려들은 비구가 아니라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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