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 文 : 以是義故 如來常說 汝等比丘 知我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 何況非法
[解 義] 이런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以是義故) 여래께서 항상 말하기를(如來常說) 「너희들 비구·비구니나 선남선녀(汝等比丘)들은 내가 설명한 법(知我說法)이 뗏목에 비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줄을 알아야 한다(如筏喩者)」 고 하셨는데 이것은 불법도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고 불법 자체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강물 건너는데 떼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큰 나무를 연쇄적으로 연결을 시켜서 떼를 만들어 가지고 강을 건너갔습니다. 그러나 쇠로 좋게 만든 요사이의 큰 배에 비유해도 좋고 군함이나 큰 기선으로 봐도 됩니다. 하여간 강은 그 폭이 넓어서 헤엄쳐 건너갈 수 없고 꼭 건너는 가야겠고 하니 배를 타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는 강을 다 건너고 나서까지 배를 짊어지고 육지를 다닐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가 아무리 고마워도 강 건너 저 언덕에 왔으면 배는 놔두고 가야 합니다. 배 타는 게 목적이 아니고 강을 건너는 것이 목적이고 집에 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서너 살 먹은 애기를 앉혀 놓고 밝은 달밤에 「저 달 좀 봐라」하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이면 어린아이들은 달을 보지 못하고 엄마 손가락만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49년 설법은 네 마음 깨치라고 목이 터져라 하고 일러 줬는데도 그 목소리만 따라 다니며 「아, 깨쳐라, 그 소리구나!」 그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말에 끌려 다니는 것이 마치 소가 코에 끌려 산이나 들이나 끄는 대로 가듯이 말에 끌려 다니기만 하니 한심한 노릇입니다. 이 자식 저 달을 볼 것이지 왜 내 손가락만 쳐다보느냐고 때려 줘봐야 울기만 하지 달을 볼 생각은 못 냅니다. 엿을 주며 달래 봐도 「저기, 저기」 하는 소리밖엔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길을 말로 가리킨 그것, 곧 팔만대장경에 있는 불법도 역시 남겨 두어 후손에게 전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는 이미 깨쳤다 해도 후대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에서 실제로 깨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전의 말과 글은 달 가리키는 손가락의 역할을 하는 정도일 뿐, 실제의 달 자체는 아니며, 강을 건너는 뗏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고 경이고 법일 뿐, 저 언덕의 목적지는 마음을 깨치는 데 있습니다.
불법인 정법도 버려야 하는데(法尙應捨) 어찌 하물며 법 아닌 것, 무당 법, 삿된 법, 그릇된 법, 그걸 의지해서 점을 친다든지 관상보고 사주보고 손금보고 하는 사람이 무슨 불교 하는 사람이겠느냐? 또한 이 세상은 모두 허무한 존재이고 하나의 물거품이고 이것이 꿈인데 이것을 어찌 참말이라 하고 육신이 내라고 고집하겠느냐?(何況非法)
이와 같은 그릇된 법, 불법이 아닌 법들은 마땅히 다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육체는 죽어있고 살아있다면 마음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몸뚱이가 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체가 확실히 나라고 그렇게 믿고 있는 일반적인 중생들은 입은 옷을 주지 않으면 네 목숨을 죽이겠다고 위협 당했을 때, 아무리 대낮이라도 종로 네거리에서 옷을 훌쩍 벗어 줍니다. 반대로 몸뚱이가 내가 아닌 걸 확실히 아는 사람은 몸뚱이 벗어라 하면 몸뚱이 내버리고 마음만 갑니다. 옷 벗어 버리듯 하게 됩니다.
이럴 때 몸뚱이를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릇된 법이고 몸뚱이는 옷이고 마음이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법(正法)인데 마음을 깨치고 나면 이 두 가지를 다 버려야 합니다. 대승불법은 계를 지킬 필요도 없고 고기도 막 먹고 술도 계집질도 보리반야에 방해되지 않으니 삼가할 것도 없다는 막행막식주의(莫行莫食主義)의 그릇된 생각은 비법(非法)이고 계를 지키고 음행도 술도 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서 육신이 내가 아니라 마음이 나라는 진리를 체득하고 깨달음을 성취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법인데, 우리가 마음을 일단 깨치고 나서는 계를 지니고 마음을 닦겠다는 정법도 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아무렇게나 막행막식해도 관계없다는 그릇된 법은 더 말해 볼 것도 없이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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