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나는 일체가 아니다.

如明 2015. 8. 2. 07:04

나는 일체가 아니다.

<나>라는 말은 첫째 “내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객관이 없으면 나라는 생각 안 납니다. 상대가 있으니까, 나라는 생각을 내고 나라는 행동을 합니다. 이 법당 안에 있는 물건을 낱낱이 열거(列擧)해 봐도 <나>는 아니고 서울 시내사람 다 대봐도 내가 아닙니다.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사물(事物) 모든 동물을 다 쳐들어도 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나>라 하는 말은 일체가 다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일체를 부정하는 <나>, 이 자체는 무엇입니까? 다음 문제로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일체가 아니란 말은 일체를 부정하다 보니 결국 나는 일체를 초월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나>는 우주 이전부터 있었던 긍정적(肯定的)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나는 육신이 아니다.

셋째는, 나는 살았다. 우주도 아니다. 모든 걸 초월한 게 나다. 과학이나 철학이나 다 들어 봐도 아니다. 선과 악을 초월했다. 따라서 아무것도 아닌 그것이 나다. 물질도 허공도 아니다. 허공이 생각을 할 줄 모른다. 왜냐하면 허공은 그 자체가 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렇게 보면 나란 생각을 뚜렷이 내가지고 모든 것을 구별하고 일체를 부정하고 동시에 모든 것을 초월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비판도 하고 주재도 하는 살아 있는 생명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무엇이냐 하는 뜻은 살았다, 이 소립니다. “모든 것이 아니고 다 초월했으면서 살아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공간이 크지만 생명이 없어 생각할 줄 모르고 지구·태양과 저 수 많은 별들과 같이 엄청난 물질이 뭉쳐 있지만 생명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할 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는 우주는 커다란 한 개의 송장입니다. 따라서 우주에서는 어디에서고 생각이 나올 데가 없습니다. 생각의 주체는 이 우주에는 없습니다. 나는 허공도 아니고 물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다는 말은 그것이 일체가 아니지만 일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분명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무한대(無限大)의 공간이 죽어 있고 한없는 물질의 현상계가 죽어 있고 그러니 허공도 물질도 아닌 것이 있다 하면 그것은 산 것일 것이다. 그것은 생명일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나>다. 즉 말을 듣는 이것이다.”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허공이 얘기할 줄 모르고 지구덩이가 얘기할 줄 모릅니다. “오늘 오후 네 시 반부터 설교를 한다. 우리가 약속을 했으니 그대로 해야 한다.” 이렇게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것도 허공·물질은 못합니다. 육체도 물질적 요소들이 모인 것뿐이므로 그걸 못합니다. 그러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은 허공도 물질도 아닌 쉬운 말로 생명이고 우리말로 마음입니다. 육체의 오장육부(五臟六腑)는 말할 것도 없고 신경(神經)이나 모든 세포(細胞), 뇌신경(腦神經)까지라도 그것들은 하나의 물질적 요소에 의해 구성(構成)된 것이며, 그 신경 자체가 아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의 경우와 같아서 엔진이 스스로 가고 바퀴가 알아서 구르고 서는 것이 아니라 운전수가 세우고 발동(發動)시켜서 가고 오고하는 것과 한가지입니다. 육체는 자동차와 같고 마음은 운전수와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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