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 義]
須菩提 所言善法者 如來說卽非善法 是名善法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이 일체의 선법을 닦으라(以無我無人無衆生無壽者 修一切善法)」는 말은 곧 아무 생각 없이 응무소주해서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하라는 뜻인데, 이런 대승사상은 소승경전(小乘經典)에는 안 나옵니다. 무슨 생각이든지 까딱하면 이것이 다 망상이고 중생놀음이니 시방제불한테도 속지 않고 귀신도 이 사람 볼 수 없고 제불도 이 사람 마음 찾아 볼 수 없는 구공(俱空)의 자리에 들어간 것을 <응무소주>라 합니다. 중생들의 탐진치(貪瞋痴)도 없고 대보리를 증득하고 성불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서 해탈도를 닦을 것도 없고 생사를 윤회하는 것도 아니어서 생사열반을 다 초월한 자리입니다. 생사는 유심(有心)이고 망상이며 열반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없는 것도 없는 것, 그것이 구공입니다. 앞뒤가 끊어지고 시간공간이 없어진 절대자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사람이 여기에 낙착(落着)해서 떨어지면 그것이 바로 소승입니다. 생사열반이 없는 이 자리에서 열반이 생사고 생사가 열반이며 생사도 열반도 아닌 이 자리에서 일체에 걸림이 없이 중생을 제도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하면 24시간 하루종일 일해도 피로도 모르고 잘됩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피로하고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설사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더라도 그 기쁜 생각도 오래 못갑니다. 기쁜 생각 뒤에는 반드시 싫어하는 마음이 꼭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악한 마음으로 하는 일은 물론 나쁘지만 선심으로 하는 일도 오래 못갑니다. 선악심을 초월해서 오직 농사짓고 장사할 뿐입니다. 이것을 꼭 내가 먹을 것이란 생각도, 남만 먹을 것이란 생각도 없이 그저 부지런히 일해서 누구든지 배고픈 사람이 먼저 먹을 양식만 준비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부지런히 합니다. 이것이 보살행이고 대자대비이니 이것이 소승네의 열반과 다르고 그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그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는 절대적인 방법이 아니고 강을 건너가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할 수 없이 타는 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용이 있다면 제망중중(帝網重重)의 내용이니,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면서 절대적으로 있는 것이고 절대적으로 없는 것이고 하여 이걸 무어라고 할 수 없어서 결국은 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고 저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고 탐진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고 사생육도(四生六道)를 갖춘 것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어서 일체중생이 중생이 아니라 그런 것을 중생이라 했고, 그러므로 여래께서 선법(善法)이라 하신 것도 선법이 아닌데 그런 것을 이름하여 선법이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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