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마음은 볼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하는 서양 철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것이 적어도 철인의 말이라면 심히 서글픈 일입니다. 생각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인 나로부터 창조되어진 2차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은 마음의 본체는 아닙니다. 당나라 때 인도에서 스님 한 분이 오셨는데 이 분이 모르는 게 없어서 뭐든지 물으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일체중생의 마음을 다 알아맞히는 신통을 얻은 이입니다. 이것을 다른 이의 마음을 안다고 타심통(他心通)이라고 합니다. 그때 남양혜충국사(南陽慧忠國師)라고 육조 스님의 법을 이어받은 조사님이 계실 때입니다. 이 어른이 국사로 계실 적에 그런 소문이 나서 인사를 하러 가셨습니다. 혜충국사 말씀이 「소문을 들으니 스님께서 타심통까지 하셔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잘 아신다는 데 사실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내 마음 좀 알아맞혀 보십시오, 자 그럼 내 마음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이때 혜충국사는 강가에 배를 타고 놀던 일을 생각했습니다. 「국사님께서는 지금 아무 강가에서 뱃놀이를 하십니다.」 혜충국사는 이번에는 다른 생각을 하며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 대선사님이시고 일국의 국사님이 어떻게 원숭이하고 같이 노십니까?」 그때 혜충국사는 창경원 같은데서 보던 원숭이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또 이번에는 다시 마음을 대 선정에 두시고는 「지금은 내 마음이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그는 「알아맞힐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혜충국사에게 귀의하여 정법(正法)을 닦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만 알아도 안 됩니다. 우리가 흔히 체니 용이니 하고 말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게 자기 근본성품이다. 이것을 발견해서 깨달아 가지고 나중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알고 있고 이 반야경도 그렇게 새겨 있기도 하지만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실제로 체득하신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일이 없다.」고 딱 잡아떼시다가 「얻긴 얻었지만 참말로 얻은 건 아니다. 그게 무실무허한 법이라 실로 얻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허무한 것도 아니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하신 말씀 또 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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