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덕산화상과 삼세심(三世心) 불가득

如明 2016. 3. 15. 08:16

덕산화상과 삼세심(三世心) 불가득

 

당나라 때 선풍(禪風)을 크게 떨쳤던 덕산(德山)스님이란 유명한 조사스님이 계셨습니다. 별명을 주금강(周金剛)이라고 했는데, 금강경에 대해 하도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던 것입니다. 당시 금강경에 대해 공부한 이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주석해 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간단하면서 뜻이 한량없이 깊기도 하므로 불법 전체의 대의를 금강경에서 끄집어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여기에 붓대를 듭니다. 그래서 팔백대가(八百大家)나 되는 많은 이들이 금강경 주석을 해 놓았는데 주금강도 자신이 직접 주석하여 짊어지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남방에 육신보살(肉身菩薩)이 한 분 나왔는데 일자무식한 나무꾼으로 견성을 해서 그 종지를 크게 떨친다는 소문을 들은 주금강은, 「여러 백천만겁 아승지겁을 닦아서 구공을 얻고 보살행을 해야 한다고 일체 경전에 쓰여 있는데 땔나무꾼이 견성을 하다니 그리고 또 쉽게 성불한다고 하니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어디서 마구니가 왔는가 보다. 내가 한 번 가봐야겠다.」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팔백여가를 집대성하고 자기가 쓴 것이 제일 완전하게 됐다고 하여 항상 「금강경은 나한테 물어라.」하며 돌아다니는 판인데, 육조대사가 나와서 이런 요망한 소리를 하여 부처님 뜻에 어긋나는 내용을 가지고 수많은 제자가 있다니 이들한테 항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을 짊어지고 남방 양양 밑에 광동(廣東)으로 수만리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습니다. 한참 가다가 한 노파가 길가에서 호떡을 팔고 있는 집을 보고 「점심을 좀 먹어야겠으니 호떡 좀 팔으시오.」했습니다. 그 노파 말이 「호떡은 팔기가 어렵지 않은데 스님 짊어진 게 무엇입니까?」하고 묻습니다. 「이것이 금강경입니다.」 「금강경에 대해서 내가 의심나는 게 있는데 물어 보면 대답할 수 있습니까?」 「아 금강경이라면 다 잘 알고 있으니 무엇이나 물으시오.」 「금강경에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그걸 좀 설명해 주십시오.」 그래서 지금 내가 설명한 것처럼 우리 모두 삼세심뿐인데 이름이 삼세심이지 과거심 미래심뿐입니다. 그러니 삼세심이 불가득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듣고 있던 노파가 묻기를,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삼세심이 불가득인데 점심이라 하셨으니 어느 마음에 점심을 합니까?」하고 추궁합니다. 점심이란 배고프다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마음에 점을 찍는다. 잠깐 요기한다는 말인데, 그러니 어느 마음에다 점을 칠 것이냐는 뜻입니다. 이 물음에 금강경 대강주(大講主)인 주금강의 입이 탁 틀어 막혔습니다. 과거심에다 점을 칠겁니까? 현재심에다 점을 칠겁니까? 말도 실수고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불교라면 자기 혼자 하는 판인데 그야말로 무식한 호떡장수 할머니에게 꼼짝 못하게 됐습니다. 호되게 방망이를 맞은 주금강은 태도를 고치어 「이 근방에 어디 선지식이 계신 절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들어가면 용담선사(龍潭禪師)라고 아주 큰 선지식이 있습니다.」하고 가리켜 줍니다.

그래서 자못 심각해져 가지고 거길 들어가서 여러 가지 얘기 많이 하고 금강경 펴 놓고 그 얘기를 저물도록 하다가 어두워서 자기가 잘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용담스님이 등불을 하나 켜 줬습니다. 덕산스님은 고맙게 받아서 들고 문을 열고 막 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용담선사가 등이 깨지도록 쳐서 불을 홱 껐습니다. 그 바람에 덕산스님은 확철대오해서 그 이튿날로 자기의 손수 쓴 금강경주석을 뒷산에 올라가서 다 불 질러 버렸습니다. 「내가 큰 죄를 지을 뻔했다.」고 그러면서 문자법사니까 글을 잘 새기고 불법종취(佛法宗趣)가 이렇다 하는 정도지 견성한 이가 아닙니다. 실상반야 없이 문자반야란 말입니다. 문자반야도 그대로 잘하면 문자견성(文字見性)으로 그 조리를 잘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껍데기만 해석하는 데는 잘 안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견성하면 그렇다 하더라, 부처가 되니까 이렇다 하더라.」하는 정도였지 실제로 자신이 깨달아 보지는 못했는데 이제 참 깨치고 보니 참 굉장한 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 선방에 가면 선지식 같은 이가 혹 견성을 했다거나 뭣 좀 아는 것같이 하는 학인이 있으면 이것을 물어 봅니다. 「그때 어떻게 해야 덕산스님이 그 노인한테 호떡을 얻어먹었겠느냐?」는 겁니다. 과거심불가득·현재심불가득·미래심불가득이고 모두 불가득인데 어느 마음에다 점을 칠 것이냐? 그걸 대답하면 내가 떡을 거져드리고 그걸 대답 못하면 떡을 안 준다는 그 노파의 말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가를 시험합니다. 인제 어떻게 해야 떡을 얻어먹겠느냐는 겁니다. 여기 꼼짝 못하고 떡을 내 주는 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숙제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