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들의 서원
진주에 가면 송보살이라고 내가 어려서 봤는데 길가에 다니다가 만나서 우리가 「어디가십니까?」 인사를 하면 「응」하고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기만 하는 그런 여자가 한 분 있었습니다. 내가 중이 된 뒤 그이가 거진 구십살이나 살다가 돌아가셨는데 그 집이 가난한 살림인데 절에 불공이 있으면 와서 거들어 주고 떡 부수러기나 얻어다 아이들 먹이는 이런 형편입니다.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염불을 자나깨나 하고 있는 그런 보살입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뒤에 내가 진주에 가보니까 시내 연화사(蓮華寺) 포교당(布敎堂)에 낮설은 탑이 하나 생긴 것을 보고 「이게 무슨 탑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애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 송보살이 자기가 죽기 나흘 전에 진주 신도 다 찾아보면서 「내가 나흘 뒤 아무일 저녁을 먹고서 어둑해질 때 가겠으니 부디 염불 잘하십시오. 나는 먼저 극락세계 가니까 같이 거기 가서 만납니다.」 이런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사람들은 아마 나이가 하도 많은 노인이라 망령이 들어서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 같다고 모두 곧이듣지를 않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먹고 나서 손자고 누구고 식구들을 아무데도 못 가게 하고는 불러 앉혀 놓더니 「내가 오늘 저녁때 해질 무렵에 간다. 너희들은 부디 딴 짓 하지마라, 극락도 있는 거고 천당도 있고 지옥도 있는 줄 알고 또 사람이 부처가 되는 법이 있으니 잘 명심(銘心)하고 신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를 하더라는 겁니다. 일념으로 마음이 통일이 되어 놓으니까 그 무식한 노인이지마는 밝은 마음의 혜가 열려서 무얼 알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까 가서 물 데워 오라고 해서 목욕을 하고 그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는 「너희들 밥 먹고 나서 아무데도 가지 마라. 저녁 일찍 해 먹으라」는 겁니다. 그래서 식구들은 할머니가 뭐 정신이 돌았거나 망령이 든 것 같지도 않게 태연하고 엄숙하니까 행여나 싶어서 식구들이 모두 시키는 대로 저녁 일찍 해 먹고 모두 아이들도 못나가게 하고 그랬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요를 펴라고 해서 요를 펴니까 요 위에 앉아서 또 얘기를 합니다.
「이 세상이 다 무상하고 여기는 고해고 불붙은 집이고 그러니 아예 방심하지 말고 네 일 좀 해야지 만날 육체, 몸뚱이 그렇게 가꾸어 줘 봐야 갈 때는 헛수고했다고 인사도 안하고 나를 배반하고 가는 놈이며 몸뚱이라는건 그런 무정한 놈이니 그 놈만 위해서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나도 평생에 염불해서 이런 좋은 수가 있지 않느냐? 90장수(九十長壽)도 하고 병 안 앓고 꼬부라지지도 안하고 그리고 가는 날짜 알고 내가 지금 말만 떨어지면 간다. 곧 갈 시간이 되었어. 이러니 너희들도 그랬으면 좀 좋겠느냐? 두 달이고 일 년이고 드러누워 똥을 받아 내고 이래 놓으면 그 무슨 꼴이냐? 너희한테도 빌어먹을 것도 못 빌어먹고 모자간에 서로 정도 떨어지고 얼마나 나쁘냐? 부디 신심으로 염불도 하고 부디 그렇게 해라.」
이렇게 말한 뒤 살며시 눕더니 사르르 잠든 것처럼 가 버렸는데 그리고 얼마 있다가 그만 그 집에서 굉장히 좋은 향내가 나고 또 조금 있으니 서쪽을 향해서 환히 서기방광을 해서 소방대가 불났다고 동원이 되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불교 신도들이 이 소문을 듣고 송보살이 예언 한 대로 돌아갔다, 열반을 했다, 이래 가지고 진주 신도라는 신도는 수천명이 모여 와서 송장에 대해서도 부처님같이 생각하고 무수배례(無數拜禮)하고 마당에서 길에서 뜰에서 신도들이 꽉 차게 모여 가지고 절도 하고 돈도 내고 이래서 장사를 아주 굉장하게 화장으로 지내는데 사리가 나와서 사리탑을 지어 모셔 놓은 것이 연화사에 있는 낯선 저 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것만 불러도 이렇게 됩니다. 아무 뜻도 모르고 극락세계 갈 거라고 그것만 해도 공덕이 되고 정신통일이 되어 혜(慧)도 열립니다. 그런데 더군다나 상하권 되는 이 금강경을 죽 한 번 읽는데 좀 빠르면 30분 걸리고 남이 듣기 좋게 외우면 한 시간은 걸립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하루에 한 번씩 외도 처음에 외울 적에는 조금 힘을 들여야 하겠지마는 하루에 한 장 외고 그 다음에 또 한 장쯤 외고 그 다음에 연속해서 외우면 됩니다. 처음 배울 때부터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부터 자꾸 줄줄 따라 외기 시작하면 되는데 80노인들도 석달을 공부하고 반년이 걸려서 다 외운 이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법문 듣고 나면 좀 읽어 보고 싶고 외고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먹칠해 놓은 종이부수러기지마는 그 내용이 이렇게 굉장한 것이기 때문에 천룡팔부(天龍八部)라든지 저 위에 28천(二十八天)·무색계천(無色界天)의 사람까지도 부처님 열반하실 때 전부 와서 부처님 법 옹호할 것을 서원(誓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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