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호법징계에서 포기된 중생

如明 2016. 2. 4. 10:53

호법징계에서 포기된 중생

예전에 묘향산(妙香山)에 법사가 한 분 있었는데, 그 분이 다른 건 다 중노릇 잘하는데 한 가지 곡차(穀茶), 곧 술을 자십니다. 가끔 술집에 나가서 곡차를 한 잔씩 먹고 들어오고 그랬는데 한 번은 그 스님이 화엄경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그 곡차 팔던 노인도 법회에 참석했는데 평소에 자주 만나니까 서로 허물없이 농도 하는 그런 처지인 모양입니다. 그 노인이 한 번은 농으로 ‘곡차를 먹으러 왔을 때는 술주정꾼이더니 그 법상에 딱 올라가니 제법 부처 같네.’ 이러면서 놀려 줍니다. 그래 그 노장님이 그러지 말라고 그랬지만 노파는 계속해서 자꾸 농을 하므로 그러면 신상에 좋지 않다고 그랬는데 그만 사흘 만에 술장사하는 보살이 피를 토하고 죽었습니다. 이것은 신장(神將)들이 호법(護法)한다고 그러지, 그 스님 마음이 나쁘거나 불보살님이 그러지는 않습니다.

해방 전 한일 합방한 그 당시까지만 해도 도량에서 가사를 만드는 불사를 한다든지 탑을 조성(造成)한다든지 이런 경전을 인쇄해서 만든다든지 이런 도중에 승려나 신도 간에 개고기 먹고 모르고 들어갔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피를 토하고 엎어져서 죽습니다. 또 승려도 일주일 이상 밖에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양치질하고 기도하고 들어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중이고 무엇이고 벌을 받습니다. 그렇던 건데 요사이 같아서는 다 때려 없애야 할 판이니 절에 남아 있을 사람도 없을 정도이므로 이제는 안 그럽니다. 그러나 언제 또 완전한 도량으로 되면 다시 그렇게 됩니다.

경상도 금천군 김장이라고 하는 데가 옛날 성주군(星州郡)인데 산꼭대기 올라가면 해인사 가야산(海印寺 伽倻山)이 앞으로 다 보이는 높은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한 절에서 아무렇게나 막행막식(莫行莫食)하는 사탄 중들이 술 고기 먹고 이런 사람들이 들어가면 또 산신(山神)이 옹호(擁護)를 안 해서 감자든지 무 배추 갈아 놓으면 돼지가 와서 다 뜯어 먹고 밭곡식 해 놓으면 다 헤쳐 버리고 안 됩니다. 수행을 어렵게 하고 공부를 잘하고 중노릇 제대로 하는 이가 거기 있으면 산돼지가 옆에 새끼를 수십 마리씩 낳아 가지고 절 밭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밭에 들어올 생각도 안 합니다. 그 밑에 마을로 내려가서 무 감자 밭을 자꾸 뒤지고 일 년을 한결같이 그러다가 그 스님 떠나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그때에는 또 뒤져서 먹어 버립니다. 이것은 순전히 산신이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봉정(雪嶽山 峰頂) 같은데도 6·25 사변에 부서져서 새로 지었는데 거기에 한 동냥중 땡추가 와서 주인이 되어 있을 적인데, 한 늙은 영감 신도가 백일기도한다고 가서 드러눕지 않고 백일 동안 잠을 안자고 아랫목에 딱 앉아서 정 고단하면 조금 졸고 백일 계속해서 기도를 한 사람이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그때 봉정암의 이 중이 땡추가 되어 그저 동량해다가 술 고기 먹고 바람피우고 그럽니다. 냉면집에 가면 엎어 놔달라하여 밑에다 고기를 놓으라는 뜻입니다. 이 중이 어디를 가서 한 보름 있다가 들어오더니 저녁에 누워서 잠을 한잠 곤하게 자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에이! 꿈도 고약하다, 고약하다.」 중얼거립니다. 그래서 노인이 「무슨 꿈을 꾸었느냐?」 「아, 수염이 허연 영감이 오더니 나를 보고 대단히 나무라고 날더러 이제 네가 버릇을 안 고치면 우리 집 개를 보내겠다고 하며 대단히 꾸중을 했습니다.」 영감이 가만히 앉아서 들어보니까 이 이놈의 중이 어디 가서 나쁜 짓하고 온 것으로 짐작을 했습니다. 설악산 산신이 본래 참 영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튿날 아침을 먹고 앉아서 젊은 중에게 「당신이 암만해도 어디 가서 좋지 못한 짓을 한 모양이니 이제 아주 끊어야지 여기 설악산 산신을 그렇게 봐서 안 됩니다, 요다음에 또 그러면 정말 개를 보낼 것이니 조심하시오.」 그러니까 땡추중 말이 「꿈이라는 건 다 헛 건데 뭐 별 것 아닙니다.」 그러면서 인과도 모르고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릅니다. 한 달쯤 지난 뒤에 또 동량을 나간다고 하더니 한 보름 있다가 또 들어왔는데 저녁을 해 먹고 이러고 영감은 아랫목에 앉아 있고 그 중은 옆에 누워 자는데 밤 12시쯤 해서 문 밖에서 큰 벼락 치는 소리가 납니다. 산중의 절 문은 미닫이문 닫고 그 안에 보통 살문 닫고 그러고 방에 들어오면 또 살문이 있습니다. 산중이니까 문이 튼튼하게 짜서 대개 세겹인데 와지끈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탁 열리면서 그 중을 데꺽 집어 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영감님도 혼이 나가서 기도하던 정신도 없어져 가지고 가만히 앉아 멍청해졌다는 것입니다. 설악산이 음력 칠월 그믐께 팔월 초승만 되어도 상당히 춥습니다. 아무리 삼복중이라도 문을 안 닫고는 못 자고 햇볕이 잘 나는 날이 아니면 물을 따뜻하게 데우지 않고는 목욕을 못할 정도로 기후가 찹니다. 이 영감도 날이 새도록 문을 못 닫고 가만히 앉아서 기도하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해가 높이 뜨고서도 다리가 안 펴져서 나갈 생각도 못 했다는 겁니다. 자기가 손부터 움직여 가지고 전신만신을 주물러 가지고 살살 다리도 뻗어 보고 한 나절 그런 뒤에야 나가서 식은 밥 있는 것 좀 데워 먹고 그랬는데도 겁이 나서 나갈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한참 뒤에야 보니까 마당 한쪽에서 위 탑으로 올라가는데 큰 바윗돌이 삐딱하게 누워 있는데 거기다가 턱을 탁 부딪쳤는지 피가 묻어 있고 대소변을 본 것이 있더랍니다. 그래서 오세암이라는 큰 절로 수족(手足)을 벌벌 떨며 내려가는데 한 시오리쯤 내려가면 수석(水石)이 좋은 데가 있습니다. 거기를 내려오니까 땡추중의 목은 목대로 떼어서 바윗돌 위에 조각품 모양으로 얹혀 놓고 사지를 찢어서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창자는 창자대로 여기 저기 나무에 걸어 놨더라는 겁니다. 하나도 먹지는 않았는데 그걸 본 이 영감은 그만 탁 주저앉아 정신을 못 차린 채 얼마를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그대로 오세암을 내려가는데 하루 종일 걸려 가지고야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화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청봉에서 산을 넘어 한 오십 리쯤 내려가면 들 복판에 외딴 집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 집이 있고 한 백석 하는 집인데 그 집 며느리와 동량중이 눈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그날 저녁에 그 호랑이는 동냥중을 발기발기 찢어서 나무에 걸어 놓고는 그길로 그 집으로 가서 그 집 며느리가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다고 앉아 있는데 뒤 창문으로 발을 집어넣어 머리채를 확 잡아채서 끌어내는 바람에 창에 걸려서 머리만 쏙 빠져 버렸습니다. 20년 전까지 그 노인이 80노인이 되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내가 청봉에 있을 때 그 곳을 지나가다 어느 정자나무 밑에서 쉬는데 웬 영감이 내가 청봉에 있다고 그러니까 저 집이 외딴 집으로 있던 거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해 주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무꾼이나 채벌꾼들이 거기 가서 명태를 사다 먹든지 산돼지를 잡아서 솥에다 삶아 먹든지 하는 것은 그것은 또 속인이니까 내 버려둡니다. 그러니까 중노릇하기란 이렇게 어려운데 법을 차차 세워서 사찰정화가 되어 참으로 계행을 지키는 이런 이들이 있는 그때는 모두 호법신장(護法神將)들이 모여 온다고 그럽니다. 천당에서도 오고 산에서도 오고 시방(十方)에서 와서 날마다 순시하고 그래서 잘못하는 게 있으면 일벌천계(一罰千戒)로 나쁜 한 사람 벌해 가지고 다른 천명이나 만 명 대중이 정신 차리도록 하느라고 특별히 그런 짓을 합니다.

요새 우리는 이런 호법징계(護法懲戒)에서 포기(抛棄)된 불쌍한 대중입니다. 그러니까 「길가에 앉아서 똥 누는 사람은 시비를 해야 하고 길 한복판에 궁둥이 내 놓고 앉아서 똥 누는 사람한테는 시비를 못한다.」고 그런 말과 같습니다. 길 가에 똥 누는 사람은 한쪽 어디에 조금 양심이 남아 있으니까, 꾸중하면 그 마음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어서 나무라면 그만 옷을 올려 입고 도망갈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한복판에 똥을 누는 사람은 각오(覺悟)가 있는 사람이고 양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듣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런 것 같이 영 그만 세상이 혼란해져서 마구잡이로 되면 다 지옥으로 떨어질 판이어서 응징해 봐야 별수가 없고 제 발로 걸어서 지옥 갈 판이니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