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第十四 離相寂滅分--초현상의 적멸 경계

如明 2016. 1. 5. 20:30

第十四 離相寂滅分--초현상의 적멸 경계

[科 解]

이상적멸(離相寂滅)이라 함은 제상비상(諸相非相), 곧 모든 상이 상이 아니므로 그 상을 모두 떠나 버리면 적멸(寂滅)해진다는 뜻입니다. 마음 가운데 일체 죄악이 다 정적(靜寂)해지고 모든 혼란이 다 없어지니까 적멸하게 되고 일체 악한 생각이 다 무너져 없어지니까 적멸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는 적멸을 앞세우니 허무적멸지도(虛無寂滅之道)라고 유생(儒生)들이 종래 욕해 왔었습니다. 허무적멸지도라고 욕을 하긴 했지만 한쪽만 보면 그게 옳게 말한 소리이기도 합니다. 금강경 이론을 듣고 「참 그렇겠구나」하고 좋아하며 쓸데 없는 번뇌·망상·지식을 청산합니다. 자꾸 청산해서 청산했다는 생각도 내면 안되고 「내가 부처가 되리라 해도 안되겠구나.」 하는 것도 번뇌이고 망상입니다. 자꾸 이런 식으로 들어가면 점점 백척간두(百尺竿頭)로 마음이 깊어 들어 갑니다. 나중에는 송곳 끝도 올려 놓을 데가 없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자꾸 해서 실제로 번뇌를 해탈하고 초월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참말로 적멸이 현전(現前)해 집니다.

그러므로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은 모든 상이 상 아닌 도리를 사무쳐서 번뇌·망상·현상을 여의고 본체자리, 산 보면 높은 줄 알고 물 보면 깊은 줄 아는 마음자리만 오로지 남아서 드러나는 도리를 밝히는 대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적멸이라고 허공처럼 아무것도 없는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소승(小乘)에 떨어집니다. 「나 혼자 생사를 해탈했고 자유자재(自由自在)하게 됐으니 그만이지, 우주가 깨지거나 온 중생이 고해(苦海)에 빠졌거나 말았거나 나 하고는 아무상관없는 일이다.」 하여 적멸만 지키고 있으면 이것은 그야말로 허무적멸지도(虛無寂滅之道)가 됩니다. 그러므로 대승보살(大乘菩薩)은 이러한 적멸(寂滅)만을 지키고 거기에 빠져서 혼자만의 안락(安樂)에 만족하지않고 무심(無心)한 그 자리에서 마음을 내어 남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보시하고 육도만행(六度萬行)을 하라는 것입니다. 곧 응무소주(應無所住)하여 이생기심(而生其心)하는 보살행(菩薩行)을 뜻하는 이상적멸(離相寂滅)이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