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마음이 보고 듣는다.

如明 2015. 8. 6. 05:53

마음이 보고 듣는다.

그런데 요사이 현대사조(現代史潮)의 영향을 따라 누구나 국민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거의가 서양의 유물적인 사상만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눈이 없으면 보지 못하고 귀가 없으면 듣지 못한다고 가르칩니다. 확실히 상식으로는 육안(肉眼)이 성하고 신경(神經)이 성해야 하고 대뇌(大腦)가 성해서 이 세 가지 구조가 건전(健全)할 때 비로소 뭐가 보입니다. 눈을 감아도 안보이고 눈이 탈이 나도 안보이고 신경이 조금 고장이 나도 안보이고 대뇌가 조금 고장 나도 판단을 못 합니다. 중생들은 꼭 그런 줄만 알지만 부처님은 이걸 반대 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보나. 마음이 본다. 어째 마음이 보나. 네 마음이 보고 싶은 생각을 할 때는 보이지만 네 마음이 딴 생각만을 하고 보려는 생각을 안 하면 눈을 똑 바로 뜨고 있고 아무리 건전한 신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육체적인 구조가 무엇을 보는 것이 라고 하면 마음이 아무리 딴 것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눈만 뜨면 안볼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카메라와 한가지 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20시간, 한 달 동안 꼬박 밤을 새우며 책만 보려는 마음만 먹으면 책을 꼬박 볼 수 있지만 그러나 딴 생각을 골똘하게 하면 한 시간도 책속의 글자가 한 자도 안보입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재미있는 영화가 있으면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하루 열번씩 그것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미쳐 보는 영화라도 딴 걱정을 크게 하거나, 어떤 사람을 생각하던지, 원수를 생각하면 금방 안보입니다. 그러므로 확실히 마음이 보는 것이고 눈이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눈을 감으면 안 보이는가. 그것은 내가 눈이 본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으려 할 때 이제부터 안 보인다는 확정(確定)을 내렸으므로 눈 감기 전에 벌써 보려는 생각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생각 잡념이 흩뜨려진 실처럼 복잡한 망상을 네 마음에서 다 없애고 오롯이 마음만 남아 있으면 눈을 감기는커녕 두 눈을 다 빼 버린 다해도 뒤꼭지로도 보입니다. 내가 마음만 어지럽지 않아서 마음만 순수(純粹)하면 그래서 본심(本心) 그대로 <참 나>만 드러나면 땅속의 밑바닥까지 투시(透視)가 되고 여기서 아폴로 타고 달나라까지 갈 것 없이 다 보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눈을 감았다고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았다고 하는 것은 안 보기로 마음 정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과 같이 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으로 뭘 들으려고 할 때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도 확실히 들립니다. 그러나 마음이 딴 걸 골똘하게 생각할 때는 시장 복판에 저물도록 서 있어도 사람 소리 하나 안 들립니다. 또 들으려고 하기만 하면 세상 분주한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옵니다. 또 금방 안 들으려고 하면 심할 때는 옆에 대포가 터져도 안 들립니다. 큰 대포가 터지면 목조건물 같은 것 여간 잘 지어놔도 무너지고 두꺼운 유리창도 가루가 되지만 마음이 딴 걸 생각하기 때문에 고막도 안 터집니다. 소리는 못 듣더라도 고막은 터져야 하는데 고막조차 안 터졌다는 말은 물질이 진공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됩니다.

다른 오관(五官)도 똑 같습니다. 코도 냄새를 맡고 싶어 해야 냄새가 나지 마음이 딴 걱정을 하거나 깊은 연구에 몰두(沒頭)할 때는 똥을 갖다 코밑에 발라 놔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독한 냄새가 두 코에 가득 찼는데 아무리 딴 생각을 했다 해서 모른다면 말이 안 됩니다. 냄새는 모르지만 두통(頭痛)이라도 나야 할 게 아닌가. 육체는 한 개의 기계니까 확실히 두통이 나야 할 텐데 두통도 안 납니다. 그것도 물질이 진공으로 돌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두통이 대번에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맛을 알려는 생각을 안 할 때는 또 큰 걱정 큰 기쁨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 백가지를 입에 넣어 주어도 아무 맛을 모릅니다. 씹어서 꿀떡 넘기기는 넘겼지만 나중에 물어 보면 씹은 것도 넘긴 것도 모릅니다. 혓바닥이나 목구멍이 맛을 안다는 소리는 거짓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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