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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비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대희대사 베푸시어 제도 하시고...”
능엄기도는 108참회로부터 시작됐다. ‘예불대참회문’은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업장을 참회하고 그 예배공덕을 모두 일체중생에 회향하겠다는 기도문이다. 108배를 끝내자 30여 수행자들은 일제히 앉아 한목소리로 ‘대불정 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라고 부르면서 능엄주를 염송하기 시작한다.
“스타타가 토스니삼 시타타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불자들이 빠르게‘능엄주’를 염송하기 시작했다. 도량은 ‘우~웅’하며 진언소리로 가득했다. 불자들은 마치 썰물과 밀물이 오가듯 능숙하고도 일사불란하게 능엄주를 읽어 내려갔다. 초보자들은 따라 하기 힘든 것은 고사하고 앉은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한다. 1편 독송에 걸리는 시간은 7분 정도. 모두 108편을 독송해야 기도가 끝이 난다. 약 13시간이 소요되는 쉽지 않은 철야정진이다 보니 2시간 간격으로 20분씩 휴식한다. 철야정진은 3시경에 끝나 새벽예불로 마무리되었다.
‘부처님 정수리에서 나온 진언’이라고 하는 ‘능엄주’. 이 진언을 마음과 입으로 외우면 온갖 죄업이 소멸되고 청정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간다고 해서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일과 중에도 염송하는 진언이다. 한국 불교에서는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와 함께 가장 많이 지송되는 다라니 가운데 하나다.
성자현행(60, 서울 여의도동) 정심사신도회장은 “능엄기도는 업장을 소멸하고 온갖 장애와 잡념을 없애주어 늘 편안한 마음으로 살게 한다”며 “진언의 위신력으로 자신감 있는 삶과 수행을 병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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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불대참회, 법신진언, 능엄주력을 함께 하는 일명 ‘아비라기도’는 성철 스님이 한국전쟁이 끝난 후 고통에 빠진 신도들에게 “우리가 받는 모든 고통과 악업은 과거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가 지어온 업장의 과보”라며 일러준 기도다. ‘예불대참회’와 새로 음역한 능엄주를 외우게 하며, 소원을 비는 불자들에게는 장궤합장하고 법신진언을 외우도록 일러주면서 비롯됐다. 그때부터 성철 스님은 열반할 때까지 40여 년을 일관되게 이 법을 지켜왔는데, 이는 중국 당대(唐代)의 총림 수행법이라고 한다.
20여년전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친견한 뒤부터 능엄주력을 해온 신도회 기도부장 도림윤(58, 서울 성북동) 보살은 “생활 속에서 능엄주를 하다보면 어렵거나 힘든 장애를 쉽게 극복하고 평상심으로 살아가게 됨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흔히 기도라고 하면 소원이 있는 사람이 불보살의 형상 앞에서 시주금을 내고 소원을 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타력(他力)에 의한 기원이나 스님들에게 의뢰하는 기도와 불공을 배격하고, “자기가 지은 악업은 자신의 노력으로 참회하고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맑아질 때 과보(果報)가 바뀌어지며 행복이 이루어진다”며 철저한 자기 정진을 강조했다. 또한 어떤 요행이나 사행심으로 기도하는 것은 업장을 더하는 결과라며 남과 내가 둘이 아닌 화엄법계 보현행원으로 기도하는 것만이 부처님의 바른 법이라고 일러주셨다. 이런 의미에서 능엄주력은 참선 수행자들로부터도 타력과 자력을 겸한 수행방편으로 애송되고 있는 것이다.
능엄기도를 하는 사찰은 합천 백련암(055-932-7300), 산청 길상선사(055-973-6861), 서울 정안사(02-523-8088), 대구 정혜사(053-624-9852), 마산 정인사(055-256-5450), 하남 정심사(031-791-7732), 부산 정수사(051-241-402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