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큰스님의 금강경

불법도 낮 꿈 밤 꿈 깨자는 것

如明 2016. 6. 7. 08:01

불법도 낮 꿈 밤 꿈 깨자는 것

 

마음을 깨쳐 자아완성을 하면 남자가 여자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안 나고 남자를 봐도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이렇게 일 없는 한가한 사람이 되고 부처가 되어야 마음이 편하고 태산같이 든든해지고 우주가 나 자신이고 우주의 일이 전부 내 일입니다.

따라서 중생은 한이 없기 때문에 중생 하나하나를 다 따라다니며 타이르고 깨워 줘야하고 밥 먹여 줘야 하고 옷 입혀 줘야 하고 이렇게 거들어 주면서 발심시켜 꿈을 깨도록 해 줘야겠습니다. 결국 부처님 49년 동안 설법하신 것도 꿈을 깨라는 말씀뿐입니다. 이제 꿈을 완전히 깨어서 꿈속의 의식을 깨고 잠재의식까지 깨워야 됩니다. 그러니까 의식이 통일되고 잠재의식이 통일되어야 하는데 잠재의식에도 계단이 있고 깊이가 있습니다. 잠재의식이 7할쯤 움직이는 것도 있고 또 좀더 들어가면 5할 움직이는 것, 또 깊이 더 들어가면 10분의 5할 움직이는 것, 10분의 1할 움직이는 것, 그것도 만분의 1할 움직이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모든 잠재의식이 다 정리되어지도록 공부하는 법이 있습니다. 그 공부는 먼저 공부한 선각자(先覺者)한테 의지해야 합니다. 공부를 해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돈 모으는 것 보다 훨씬 더 재미납니다. 점점 마음과 정신이 밝아지고 깨끗해지고 아무 근심걱정이 없고 해탈의 경지에 깊이 들어가게 되어 모든 것을 차차 다 알아지게 됩니다. 아까 강원도 여자가 밭에 점심을 가지고 가다가 도깨비한테 홀려 15년 동안 잘 산 것처럼 확실히 그 여자는 꿈속에 애착을 가지고 생시와 다름없이 15년을 잘 산 것인데 생시의 보름이 꿈속의 15년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마음이 도깨비에게 홀린 격이지만 그래도 꿈 복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 사는 도깨비에게 시집을 가서 애기도 낳아 주고 호강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낮에는 낮 꿈이 되어 있고 밤에는 밤 꿈이 되어 있듯이 그 도깨비한테 홀려간 것도 사실은 도깨비한테 홀린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산골에서 호미로 밭을 매고 있는 것도 꿈이라는 점에서는 결국은 도깨비한테 홀린 것과 공통됩니다. 거기서도 도깨비한테 홀려가지고 있는 것이고 지금 말하는 생전이라는 것도 다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기왕에 홀린 바에는 다시 한 번 좋은데 홀려 가지고 그 당나귀 타고 다시 한 번 더 가보면 좋겠다는 그 말은 무리가 아닙니다.

이 모두가 다 꿈이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꿈이고 저것도 꿈이고 또 현실이라면 이것도 현실이고 꿈도 역시 현실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똑같으니까 무시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깨닫고자 하는 이 마음이 전부 이렇게 만들어서 천당 꿈을 꾸어 보고 지옥 꿈을 꾸어 보고 중생 꿈을 꾸어 보고 남자 꿈·여자 꿈·아이 꿈·어른 꿈도 꾸어 보고 그런 중생놀음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제 마음 뜻하는 대로 선(善)이 아니면 악(惡), 악이 아니면 선, 선도 악도 아닌 멍청한 짓 중에 어느 짓을 하게 됩니다. 소위 수도(修道)한다고 하는데도 멍청하게 선도 악도 아닌 무아지경에 들어섰다 하고 정신 통일했다 하고 자기 마음을 깨우친다고 하지만 의식에서 망상을 내고 있거나 망상을 갈아 치라고 거부합니다. 또 망상을 그대로 두어도 안 되고 망상을 떼어도 안 되는 것이며 성불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정신통일하고 선정(禪定)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번뇌망상을 쉰다고 합니다. 번뇌망상을 쉬어 가지고 더욱 정밀하고 깊은 선정에 들어가 오래 있으면 신통이 난다고 합니다.

실달태자가 마음을 깨쳐 석가여래께서 될 수 있었던 것도 6년 동안을 꼬빡 앉아 가지고 이렇게 선정을 닦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섣달 여드렛날 새벽에 별 뜨는 걸 보고 묘하게 깨쳤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친 뒤에 보니 내가 실달태자로 있을 적에 세상이 허무해서 싫다고 짜증을 내고 그랬는데 그 놈이 바로 그놈입니다. 실달태자가 한참 인간염증이 나서 「왜 늙어야 하고 병들고 죽어야하는가?」하고 생각하던 바로 그 마음을 깨친 것이며 깨치고 보니 바로 그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을 깨친 것은 아니며 생각을 내는 마음을 깨친 것인데, 마음을 깨치면 깨친 그 마음으로 생각을 알고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게 묘법이란 것입니다. 묘한 깨침이란 말입니다.

불법은 마음 깨치는 공부이므로 지식이나 학문하는 태도로 임해서는 석존의 깨달음을 몸소 자기 것으로 체득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그 경지에 도달해서 성불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며 이것은 오직 석가여래 한 분만이 우리에게 전해 준 소식입니다.

이제 마음을 깨치는 선법(禪法)에도 전문적으로 하는 달마선(達磨禪)과 천천히 닦아 익히는 의리선(義理禪)이 있습니다. 달마선이란 <마음>을 곧 깨치는 선법으로 고속으로 가는 방법이고 의리선은 과학적·철학적·이론적으로 따져 볼 것 다 따져 가며 닦는 방법입니다.

비유하면 여러 수억만㎞의 거리를 올라가는데 제트기나 우주선 로켓 같은 것을 타고 가는 것이 달마선인데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다 위험한 것입니다. 인력거나 자동차나 우마차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의리선인데 그러나 의리선도 지도자 없이는 정말 위험합니다. 중간에 가다 보면 자꾸 주저앉게 되고 또 마음 세계의 과정을 모르고 잘못되면 허황된 또 다른 꿈속 세계에 빠져서 잘못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