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四次元) 5차원(五次元)
영차원의 세계나 점이나 그 뜻은 다 같이 없다는 점에서 동일한데, 그 다음에 비로소 일차원의 세계가 벌어집니다. 일차원의 세계는 곧 물질의 단차원, 연속된 점의 세계를 말합니다. 점을 연속시킨 직선, 곧 선의 세계입니다. 그것도 외줄 단 하나의 줄만이 있어서 오른쪽 왼쪽이 없습니다. 앞과 뒤만 있는 기차선로나 전차선로는 일차원의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담배씨보다도 더 작은, 가령 수소나 산소를 늘어놓아도 선이 될 것입니다.
이차원의 세계도 선의 세계이긴 하지만 선을 포개어 놓아서 평면이 생긴 것, 그래서 앞 뒤와 왼쪽 오른쪽 양면이 생긴 평면의 세계를 말합니다. 삼차원의 세계는 평면을 포개어 부피가 생긴 입체적인 세계를 가리킵니다. 두께가 생기어서 아래 위까지 생긴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일차원의 세계는 전후의 이면만의 세계고 이차원의 세계는 전후 좌우 사면의 세계를 말하며 삼차원의 세계는 전후좌우상하의 공간세계를 말하는데 이것을 불교에서는 시방세계(十方世界)라고 합니다. 십방을 시방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의 표음법(表音法)을 따른 종래의 습관입니다. 그러므로 일차원의 세계에 사는 중생은 앞뒤만 알지 옆을 모릅니다. 앞과 뒤로만 왔다 갔다 하는 것, 예컨대 전차나 기차 같은 것은 앞과 뒤로만 가므로 이것은 일차원의 세계라 하겠습니다. 자동차 같은 것은 동서남북 어디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차원이고, 비행기는 면을 달릴 수 있고 아래위로 다닐 수도 있으니 입체적인 삼차원의 세계입니다. 지구나 태양은 삼차원의 세계에 불과합니다. 지구도 선이 포개어지고 평면이 쪼개어져서 지구덩이가 된 것이고 태양도 그런 것입니다. 중생들은 다 이 삼차원의 세계에 사는 것입니다. 거기서 살다가 거기서 죽으면 도로 흙으로 돌아가게 되고 맙니다. 우리의 육체는 삼차원의 세계에서 생겨서 여기서 우물쭈물 하다가 도로 흙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사람은 영원히 죽고 마는 것이다. 우주 전부가 물질뿐이다. 사람·개·소 모두가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물질 놀음이다.」 이렇게 보기 때문에 유물사상이 생긴 것입니다. 제일 고등동물인 우리 인간도 이 삼차원의 세계에서 오관작용의 경험으로 살다가 마는 것입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되었다 해도 이 삼차원의 세계에서 헤매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삼차원의 세계 밖에 사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차원의 세계는 흔히 막연히 시간세계라고 말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것을 더욱 분석해서 삼차원의 원리를 초월한 정신세계를 뜻하는 말로 설명하려 합니다. 정신수양이 된 사람에게 가끔 그런 경우가 생깁니다. 정신상태가 조용해졌을 때 뜻밖에 시골에 있는 식구들이 다 보이고 얘기하는 소리가 다 들리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육체의 작용으로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오관 가운데 육안으로 몇 백리 몇 천리 밖에 있는 시골집이 보일 수도 없고 귀를 가지고 시골에서 얘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삼차원의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다른 차원의 세계, 곧 오관이 아닌 다른 오관의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사차원의 세계가 아니냐?」하는 것입니다. 가령 일본의 어느 시골 두메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십 리 만큼 집이 하나씩 떨어져 있는 시골에 두집이 사는데 그 근방 산이 다 한사람의 소유이어서 이 사람들은 그 산에 벌목(伐木)을 해주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하루에 두아람 세 아름되는 큰 나무들을 50개 이상을 베고서야 제각기 제집으로 갑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나무를 베어 그 나무가 곧 넘어가게 됐는데 또 한사람이 그 나무 넘어가는 곳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비켜나라고 소리를 쳤지만 그 사람은 비켜나지 않고 있다가 나무에 깔렸습니다. 세 아람이나 되는 큰 나무에 깔려 떡이 되었을 것이라 겁이 나서 나무를 번쩍 들어 저쪽으로 옮겨 놓고 보니 그 친구는 완전히 떡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십리 밖에 있는 경찰에 달려가서 신고를 했고 경찰은 현장 검증을 나왔습니다. 시체는 바싹 부서졌고 확실히 나무에 친 피투성이 흔적이 있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나무는 몇 백 명이 달려들어야 들어서 던질 수 있는 큰 나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네가 죽인 것이 아니냐? 누구하고 이 나무를 옮겼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기 혼자 옮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거짓말이다. 저렇게 큰 나무를 네가 혼자 어떻게 옮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조사도하고 고문까지 해 보았습니다. 마을에 가서 확인을 해 봐도 그 마을에 아는 사람도 없고 남녀노소 다 올라온다 해도 들 수도 없습니다.
결국 네가 친구를 구해야겠다는 정성에서 이 나무가 들렸던 것 같다고 판단한 나머지 이십원을 상금으로 준 일이 있습니다.
이것이 이십세기 부사의 사건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역시 사차원 세계의 정신능력이 발동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급하다고 생각됐을 때 그 때는 나무가 크니 적으니 하는 생각도 없이 그저 「들면 들릴 것이다」하는 생각뿐입니다. 그렇게 확신한 그 정신력이 그것을 들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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